의학·과학 건강

입덧하는 남자들.. '쿠바드 증후군' 아시나요?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9 09:20

수정 2018.06.09 09:20

출산·육아 커뮤니티서 공감 잇따라.. 해외서는 휴직하는 사례도
쿠바드 증후군,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 임신을 기쁨으로 받아들여야
"총각들은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저 입덧해서 일주일 만에 5kg 빠졌어요"

지난 1일 개그맨 김재우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이다. 해당 글은 좋아요 9만여 개, 댓글이 2000개 이상 달리며 반응이 뜨거웠다. “여보 진짜 사랑하면 저렇대”, “입덧에는 참 크래커”, “기억나 여보 입덧? 다음에도 부탁해” 등 공감 댓글도 이어졌다.

남자도 입덧을 하는 기이한 현상이다. 입덧은 임신부의 70~85%가 경험하는데 주로 임신 초기에 겪으며 메스꺼움, 헛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여성이 엄마가 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임신은 아내가 했는데 남편이 왜 입덧을 하는 것일까?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트리도우언이 처음 언급한 남자 입덧은 ‘쿠바드 증후군’이라고 한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도 육체적·심리적 증상을 똑같이 겪는 현상을 말하며 '환상 임신', '동정 임신'이라고도 일컫는다.

남자 입덧은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이혁 기자
남자 입덧은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이혁 기자

■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눈치 보이기도".. 남편만 입덧하는 경우도 있어

출산·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 베이비’, ‘레몬테라스’, ‘82쿡’ 등에서 남자 입덧에 대해 검색한 결과, 의외로 ‘쿠바드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들 셋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한 여성 네티즌은 “입덧이 심해서 잘 먹지 못해 살이 쏙 빠졌는데, 남편도 똑같이 입덧을 했다”며 “남편이 더 심해서 눈치를 봤다”고 털어놨다. 이어 “속상하고 짜증도 났지만 많이 사랑하는 부부는 입덧도 같이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에 참고 넘어갔다”고 밝혔다.

아이디 ‘블러섬***’은 “며칠은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짜증이 났다”며 “임신은 내가 했는데 남편의 입덧이 더 심하고 음식을 가려서 한동안 남편 식성에 맞춰 음식을 먹었다”고 말했다.

특이하게 남편만 입덧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디 ‘최강**’은 “저는 입덧 없이 아무거나 잘 먹었는데 남편이 임신 7주부터 22주 때까지 입덧을 심하게 했다”며 “회사에서도 회식 한번 못 가고 몸무게가 8kg 빠졌다”고 말했다.

아이디 ‘정원****’은 “남편이 매일 속이 울렁거리고 입맛이 없었다”며 “냄새 때문에 식당을 가려서 다녔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영국의 한 남성은 입덧이 너무 심해 고통을 겪다가 휴직하게 된 사연도 있었다.

■ "심리적인 영향 클 것.. 아내가 출산하면 증상에서 벗어나"

‘쿠바드 증후군’은 여성 호르몬의 영향, 남편이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등 여러 가지 설들이 많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오관영 교수는 “쿠바드 증후군의 원인을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면서도 “부인과의 관계,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요인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안기훈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안 교수는 “아내가 임신하면 남편은 책임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한다”며 “아기에 대한 질투심과 더불어 고통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쿠바드 증후군은 후진국보다 선진국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여성이 관심을 많이 받는 나라에서 현상이 더 뚜렷하다”고 밝혔다.

입덧은 임신부의 70~85%가 경험한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프리큐레이션
입덧은 임신부의 70~85%가 경험한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프리큐레이션

■ "생강차, 입덧 진정시켜.. 먹고 싶은 음식 조금씩 자주 먹어야"

입덧을 하면 영양이 부족하고, 식사시간도 불규칙해 건강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또한, 소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힘이 없고 무기력증이 올 수도 있다. 이에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너무 신경 쓰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선호하는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으라고 권유했다.

오관영 교수는 “역한 냄새를 피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만큼 먹어야 건강에 더 좋다”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덧이 심하다고 약을 먹으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오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약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생강차는 입덧이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따뜻하게 끓여 먹는 것이 좋다. 구토가 심하면 비타민B6를 다량 함유한 녹황색 채소나 콩이 주원료인 음식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으로 오관영 교수는 “남편은 임신을 부담스러워 하기보다는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아내와 함께 태교에 힘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