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사무원도 노동자다


거리가 요란하다. 가는 길마다 6·13 지방선거 유세전이 한창이다. 선거사무원들은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로고송을 부르고 팻말을 흔든다. 활기차 보인다. 그러나 한발 다가가면 실상은 조금 다르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게 말이 되나요?"

서울 강서구에서 만난 50대 선거사무원 안모씨(여)가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사무원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원은 수당 3만원, 일비 2만원, 식비 2만원 등 총 7만원을 받는다. 안씨는 평균 12시간씩 근무한다고 한다. 시간당 5800원 정도 받는 셈이다. 2018년 최저임금인 753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안씨는 유세 현장에서 15분가량 집으로 걸어가 급하게 점심을 먹는다. "돈 한푼 벌러 왔는데 밥을 어떻게 사 먹겠느냐"며 말이다.

선거사무원은 다름 아닌 '일'을 한다. 선거 후보를 위해 피켓을 흔들지만 이는 자원봉사나 당원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대다수가 가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나온 사람들이다.

법도 이들을 '노동자'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2007년 선거사무원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했다. 이에 2010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원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임금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노동시간과 근로계약서, 고용보험과 같은 세부규정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일까. 안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아침 출근길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에 법정 노동시간(8시간)은 지켜질 리가 없다.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뒤늦게서야 대안 마련에 나섰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선거사무원 등의 보수 지급액을 최저임금에 맞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미 하루 12시간 기준으로 2016년 최저임금(6030원)에 역전당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서야 개정안이 나온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사이 20대 국회의원 선거,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후보마다 입을 모아 국민에 보탬이 되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외친다. 선거사무원은 후보자들의 선언이 거짓이 아니라며 피켓을 흔든다.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 이는 여야를 떠나 모든 후보자가 동의하는 점일 테다. 그러나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자'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안씨는 유세 현장과 가까운 그늘막에서 기자에게 자신의 고충을 토로했다.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현장 감독의 연락이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세 현장으로 돌아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