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와대 참모의 설명 책임

지령 5000호 이벤트

누가 '경제 사령탑이냐'의 문제는 늘 반복돼왔다. 이번에도 다르진 않다.

사람들은 이번 경제팀을 '김동연 경제팀'으로 부르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청와대 장하성 경제팀'과 '내각의 김동연 경제팀' 정도로 분류할 순 있다.

관료들의 내각과 청와대 참모 간 '이론적으로' 바람직스러운 관계는 청와대보다는 내각에 힘이 쏠리는 구조다. 이때 청와대 참모는 직제(수석비서관·비서관) 그대로 대통령의 비서조직으로 '통로' 역할만 해야 한다. 현실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경제수석이 일사불란하게 정책의 방향을 잡고, 사령탑 역할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일 때가 많았다. 과거 전두환 정권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이나 노태우 정권 당시 김종인 경제수석 등이 그랬다. 대통령이 어디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통로론'이 바람직스럽다는 건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얘기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경제참모들은 정권 탄생 초기부터 정책의 설계자들로 뛰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홍장표 경제수석·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그렇다. 소득주도성장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100일 계획을 세웠고, 가장 힘이 센 정권 초기에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의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그들은 이미 소득주도성장의 입안자들이고, 실행주체다. '통로'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여전히 '통로인 척'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는 입이 없다"는 말은 자기 정책이 없을 때나 하는 말이다. 정책 수립에 깊이 간여했다면 반드시 그에 대한 설명 책임이 부여된다. 지난 1년간 이들이 자기 정책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 자리는 많아야 두 번(반장식 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한 번(김수현 사회수석, 장하성 실장)에 불과했다. 그나마 쓸만한 말들은 전부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말라며 비보도(오프더레코드)로 건다. 정책은 어렵다. 그래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일선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선 부처들이 끊임없이 설명에 나서는 이유다.

이미 '청와대 장하성 경제팀'과 '내각의 김동연 경제팀'은 분배와 성장 축에 서서 노선경쟁에 돌입했다. 정책 홍보는 가욋일이 아닌 책무다. 문 대통령은 "자신감을 갖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했다. 이건 내각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장하성 실장, 수석 등 그 조직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려면 말이다.
지난 3일 홍장표 경제수석은 임명 후 최저임금 인상을 주제로 '어쩌다 브리핑'에 나섰으나 국민들의 관심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럴수록 맷집을 키워 다시 설명 자리에 서야 한다. 책임있는 정책 입안자라면 말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