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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민심 돋보기]“이미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부산이 어쩌다… 보수 밀어줄 것”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7 17:19

수정 2018.06.07 21:11

<5> 野都에서 與都로 변신 중 부산
1995년 이래 진보 진영서 민선시장 단 한번도 못 내
이달 초 여론조사에선 오거돈이 서병수 큰 차로 앞서
“다 자식 잘되라고 반대하는데…” 샤이보수 반격 관심
지난 5일 부산 연제구 한 건물에 6.13 지방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지난 5일 부산 연제구 한 건물에 6.13 지방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 부산=김유아 기자】 "이번엔 정말 모르겠다" '보수 텃밭'으로 손꼽히는 부산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크게 요동치고 있다. 공식선거운동이 반환점을 돈 지난 7일. 부산 시내 곳곳은 선거 고민에 빠져 있었다. 부산 민심은 전국적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우세가 예상되고 부산이 이같은 영향권에 든 것으로 나오면서 지역 민심도 크게 술렁이는 듯 보였다.

부산의 이같은 변화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나 20대 총선에서 부터 변화의 바람은 이미 불고 있었다.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18개석 중 현재 5석 민주당 의석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오거돈 후보가 서병수 후보에게 득표율 1.4%p 차이로 석패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의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와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이번 만큼은 부산이 '여당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과 그래도 보수텃밭이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교차하고 있었다.

■부산은 이미 기울어졌다? 보수 결집 '변수'

부산역에서 만난 시민 강모씨(42.여)는 "누가 부산시장이 될 지는 윤곽이 나온 셈 아니냐"며 "'보수정권 10년의 실망으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 그러니 부산도 민주당에 마음을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면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하는 20대 이모씨는 "누굴 뽑을지 확정하진 않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1번으로 기울고 있다"며 "내 또래 친구들도 예전엔 '무조건 빨강(보수)'이었지만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반면에 해운대에서 만난 김모씨(63.여)는 "요즘 아들, 딸내미랑은 정치 얘기도 못 한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20대부터 40대까지 너무 민주당으로만 치우치는 것 같다. 부산이 어떻게 이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보수표심의 진앙지였던 부산이 크게 흔들리면서 이처럼 선거가 세대별 갈등 요인으로도 부상하고 있었다.

중장년층의 표심 중에선 뚜렷한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모씨(70)는 "박근혜 정부만 생각하면 아쉬운게 한두개가 아니다. 내가 이럴려고 표를 찍어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못미더운 점도 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오거돈 후보를 찍어볼까 한다"고 했다.

실향민이 많은 부산의 특성상 남북관계 변화에도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50대 택시기사 최모씨도 "어머니가 실향민인데 남북교류가 확대되면 꼭 한번 북한 고향에 가보고 싶다"며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다. 이젠 힘있는 여당을 찍어 낙후된 부산이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광안리에서 만난 김모씨(68세)는 "현 정부는 또 북한에 다 퍼주려 하고 드루킹 사태도 터졌는데 지지율은 그대로"라며 "다 자식 잘 되라고 현 정권에 반대하는 건데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또 부산역 지하상가 잡화 상인 김모씨(68) "전부 민주당 지지해버리면 정치 판도가 완전히 기울어질 것"이라며 "나라도 보수당을 밀어줘야 한다. 3번(바른미래당)은 힘이 약하니 자유한국당을 찍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 중장년층 기울어진 운동장 경계

중장년층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부산이 이미 민주당으로 기울어버렸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서면역에서 만난 신부현씨(81)는 "부산마저 민주당에 꺾이면 이 나라 전체가 비정상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대통령의 도시에서도 야당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부산"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은 민선 시장을 뽑은 지난 1995년부터 단 한번도 보수정당이 시장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변화의 바람에 여야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만일 변화가 생긴다만 파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부산 민심의 바로미터는 중장년층 샤이보수층의 선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이들이 투표 포기로 돌아설지 보수결집을 통한 문재인 정부 견제에 나설지가 변수로 보인다.

반면에 부산진역 앞에서 만난 편의점 주인 최모씨는 (57)는 "부산이 야당 터전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나이 든 사람들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며 "예전엔 지인 3명 중 2명이 보수였는데 요즘은 반반이다.
한국 진보는 예전 진보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 전했다.

부산 민심이 이처럼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문과 리얼미터가 1~2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 지지도(56%)를 기록하면서 서 후보(22.2%)를 크게 앞섰다.
이 중 오 후보를 지지하는 20·30·40대 비율이 서 후보에 비해 30%p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성인남녀 800명 대상, 응답률 12.8%. 표본오차율 95% 신뢰수준에 ±3.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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