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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맨다리 패션은 절대 못해요...하지정맥류 맞춤치료해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9 09:00

수정 2018.06.09 09:00

여름철 맨다리 패션은 절대 못해요...하지정맥류 맞춤치료해야


어느덧 수은주가 30도를 웃도는 여름이다. 여름엔 혈관 확장 시 더욱 잘 늘어나는 정맥의 특성 때문에 하지정맥류 환자는 피가 더 잘 고이고 부기와 통증이 한층 심해진다. 눈에 띄게 굵어진 보기 흉한 혈관 탓에 시원한 반바지나 미니스커트를 입는 게 꺼려진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판막에 이상이 생겨 피가 역류되어 피가 다리에 고이는 질환이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들어가야 할 혈액이 다리정맥에 고이면 파란 혈관이 많이 비치거나 꼬불꼬불 라면발처럼 꼬부라지고, 울퉁불퉁 튀어나오게 된다. 심한 경우 2~3ℓ의 혈액이 다리에 고여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듯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곤해진다.
장기적으로 방치하면 다리와 발에 잘 낫지않는 피부염이 생기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는 2013년의 경우 6월에 전월 대비 평균 22.5% 증가해 7월까지 증가세가 이어지다 8월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 6~8월이 고통의 시기인 것이다. 겨울도 하지정맥류에 고통을 주긴 마찬가지다. 겨울엔 혈관이 수축해 냉기가 돈다. 겨울철 패션 아이템으로 자주 등장하는 가죽 재질의 타이트한 바지나 스키니진을 입지 못한다. 이들 패션은 하지정맥류를 유발하기도 하고 잠재돼 있던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꼭 끼는 바지는 혈관을 압박해 혈액순환을 막고 다리건강에 문제를 야기한다.

하지정맥류는 여성 환자가 3분의 2를 약간 웃돈다. 여성의 경우 하지부종은 임신을 하고 태아의 체중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임신을 한 것도 아닌데 잦은 하지부종으로 고생한다면 다리건강을 위해 자신의 패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30대 여성에 하지정맥류를 초래하는 주된 패션 아이템 중 하나가 하이힐이다. 높은 구두는 탄력 있게 올라간 엉덩이, 길어 보이는 다리, 잘룩해 보이는 허리, 꼿꼿하게 펴진 느낌이 나는 체형, 글래머스러운 상체 라인을 연출하는데 큰 공을 세운다. 그러나 하이힐을 장시간 신으면 장딴지 근육의 혈액순환 기능이 약화되면서 하지정맥류를 유발할 수 있다.

이 질환의 초기엔 다리가 쉽게 피곤하고 통증이 없으며 발에 무거운 느낌이 나서 피로 현상인 줄 알고 방치하기 쉽다. 하지정맥류는 초음파검사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어 다리고 저리고 육중한 느낌이 오래 이어지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옛 연세에스병원) 원장은 "육안으로 혈관이 꼬불꼬불 드러나는 증상 외에도 평소 다리가 자주 붓고 후끈거리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볼 수 있다"며 "질환이 진행되면 다리피로 현상과 저리고 쑤시는 증상이 심해지고 이를 방치하면 혈전성정맥염이나 궤양 등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 중에 정맥류가 있는 유전적 소인이 많은 사람은 빠르면 15세부터 서서히 판막이 망가지면서 정맥류가 발생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미용사, 교사, 호텔 근무자, 백화점 직원 등 오래 서 있는 직업군은 후천적으로 하지정맥류가 나타날 수 있는 고위험군이다. 여성은 임신 때부터 정맥류가 시작될 수 있어 임신 초에 압박스타킹을 신으면 증상 발현이나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초기에 정맥류가 나타나면 압박스타킹으로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지만 더 심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문제되는 혈관을 제거하거나 묶는 외과수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보기싫은 긴 흉터와 전신마취, 수술 후 통증, 30%대 이상의 높은 재발률로 치료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엔 레이저 수술이 가장 흔하게 시행된다. 정맥 내에 레이저 카테터를 삽입해 정맥의 내막을 열응고시켜 혈관을 수축하는 치료법이다. 고주파치료는 전기고주파로 혈관을 수축시키는 치료다. 순간접착제를 혈관 안에 주사해 혈관을 접착시키는 방법도 있다. 각 시술법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정맥류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자신에게 최적인 시술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시술법은 대부분 수술엔 1시간 안팎 소요되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흉터에 대한 부담감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적어졌다.

여름철 맨다리 패션은 절대 못해요...하지정맥류 맞춤치료해야

1995년부터 하지정맥류를 치료해온 심영기 원장은 환자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개별 맞춤수술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하지정맥류 시술을 받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재발되는 경우가 흔한 게 현실"이라며 "재발을 최소화하려면 밖으로 튀어나온 정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굵은 혈관을 정확한 위치에서 정교하게 치료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심 원장은 정상보다 직경이 배 이상 심하게 늘어난 사타구니정맥과 오금정맥은 문제가 되는 혈관을 묶어주는 결찰술로, 중간 굵기 혈관은 초음파를 이용한 경화요법이나 고주파 또는 레이저 수술로 치료한다. 밖으로 튀어나온 망상정맥은 피부에 2㎜ 정도 구멍을 뚫고 정맥추출기로 망가진 정맥을 제거하고, 거미줄 같은 가는 정맥은 약물로 치료하는 혈관경화요법을 적용한다.

혈관경화요법이란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 주는 약을 혈관안에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주사 후 해당 부위를 며칠간 압박하면 혈관 속에 피떡이 형성되면서 혈관이 서서히 없어지는 원리다. 외래에서 간단한 치료가 이뤄지며 외관상 흉터가 전혀 없다. 초음파 혈류검사에서 판막 기능이 정상이며 보기싫은 거미상혈관 만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미용목적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1~4주 간격으로 3~6회 정도 경화요법을 적용하는 게 무난하다. 다시 보기 싫은 정맥이 나타나면 12개월 후 재치료에 나선다.

지난 23년간 심영기 원장이 설립한 연세에스의원, 대련SK병원, 북경 SK병원 세 곳에서 치료했던 4만여명의 정맥류 환자의 재발율을 분석해 보았더니 0.1 %이었고 동반된 합병증으로는 폐전색 5명, 심부정맥혈전증 9명, 일시적 부분 국소 신경 감각저하가 2%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비록 부작용은 아니지만 정맥류가 심했던 환자에선 시술 부위가 딱딱해 지고 당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약 3~6개월 정도 지나며 자연 소실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해당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병원장은 "하지정맥류라면 어느 부위의 혈관 판막이 어느 정도 망가졌는지, 얼마나 오래 됐는지, 환자의 나이와 성별은 뭔지, 가장 재발률이나 흉터가 적은 치료법은 뭔지, 수술후 사후관리를 잘 받을 수 있는 여건인지 등 환자의 개인 사정과 주요 관심사에 따라 가장 적합한 시술법을 선택해 '개별맞춤치료'를 하는 게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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