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거래' 파장..법관 탄핵, 대안 될 수 있을까?

지령 5000호 이벤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소장 판사와 고참 판사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국회 조사를 통한 판사에 대한 탄핵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이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지난 8일 기자단에서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판사들 사이의 입장 차이에 대해 "밖에서는 소장 판사와 노장 판사의 의견이 갈라진 것처럼 말하지만, 큰 틀에선 같은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민 법원장은 "노장 판사들도 사건이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다만 대법원장은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최종심을 심의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나서서 진상규명을 하는 방법이 있다"며 "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는 법관은 헌법상 탄핵을 할 수 있다. 내부적인 징계는 정직까지가 한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측은 "주변의 의견과 가능한 상황에 대해 원론적으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근 재판 거래 의혹을 놓고 젊은 판사들과 고참급 판사들의 대응 방안에 대한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서울중앙지법 단독·배석판사를 포함한 일선 판사들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전국 법원장들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최고참급 판사들은 사법부 독립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형사고발, 수사의뢰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기 때문에 관여자에 대해 검찰 고발 및 수사 의뢰를 하는 방안을 채택하기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국정조사를 통한 판사 탄핵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 것이다.

이날 대한변협도 성명서를 통해 "국정조사 또는 수사에 대한 법원 구성원의 합의와 협조를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법관 신분을 탄핵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헌법 규정에 따르면 판사를 파면(탄핵소추)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따라야 한다. 여기에 탄핵 사유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조항이 붙는다.

미국의 경우 주에서 판사의 불법행위가 있을 시 주민소환 투표로 인해 판사직에서 해임되는 사례가 종종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편 11일 일산 사법연수원에서는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열린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 이번주 사법행정권 남용의 처리방안에 대해 최종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