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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금리인상기, 신흥국에 대한 우려와 차별화 논리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1 15:03

수정 2018.06.11 16:17

자료=코스콤 CHECK, 최근 어지럽게 조정된 아르헨티나 정책금리
자료=코스콤 CHECK, 최근 어지럽게 조정된 아르헨티나 정책금리


최근 미국 등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과 관련해 경제의 거시건전성이나 정치가 불안한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올해 4월부터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궁지에 몰렸던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아르헨티나는 3년간 500억달러 지원 받는다.

올해 봄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터키, 멕시코, 브라질, 남아공 등의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신흥국 위기설이 점차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취약 신흥국들의 상황이 계속 어려워졌다.

올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 되는 해여서 '6월 위기설' 등을 들먹이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도 미국이 금리인상 사이클에 진입한 후엔 달러 표시 부채를 많이 보유한 신흥국 등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 美 금리인상과 위기의 신흥국
최근 일부 신흥국이나 남유럽 쪽에서 위기 신호가 나오면서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미국은 일부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불안이나 경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올해 미국이 금리를 세 차례, 혹은 네 차례 올릴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신흥국 상황에 따라 연준이 가던 길을 바꿀 계획이 없음을 이미 시사한 바 있다.

파월은 지난 5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통화정책 컨퍼런스에서 "향후 신흥국이 혼란을 겪더라도 연준의 점진적 금리인상을 그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는 당시 신흥국이 선진국의 금리인상을 잘 감내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관점을 선보였다.

그는 "신흥시장이 통제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비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가 결국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됐지만, 미국이 몇몇 신흥국들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하기는 어렵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의 이번주 금리인상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일단 올해 3차례 정도 인상할 것으로 보는데, 이번 회의에서 점도표가 상향될지 확인은 해야 한다"면서 "물론 미국의 경우 남미 등 신흥국들의 불안 때문에 금리인상을 늦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연준의 일반적인 금리결정 패턴은 자국의 경제상황을 최우선한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물가와 고용 상황은 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연초 이후 30% 이상 가치가 떨어졌으며 터키 리라화와 브라질 헤알화는 20% 가량 가치가 하락했다. 아시아 쪽으로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연준은 자신들이 이미 언급한 금리인상 스케줄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 거시건전성에 문제가 큰 국가들의 경우 금리 인상이나 외환보유액 활용 등을 통해 통화가치 방어에 나서야 한다.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은 취약한 신흥국들의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취약한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美 금리인상과 차별화된 신흥국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스케줄은 이미 상당부분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변동을 보이더라도 그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란 인식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 신흥국발 위기설 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대비가 상당부분 돼 있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보험권의 한 매니저는 "몇몇 신흥국에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기 상황은 좋은 편"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유로존의 양적완화 축소 등이 과거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 때처럼 각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경우 신흥국 가운데 거시건전성이 좋은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 외환보유액이나 경상수지 흑자, 단기 외채 비중 등을 감안할 때 특별히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국내 금융당국자들 사이에서 이런 인식은 일반적인 견해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5월24일 열렸던 금리결정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부 신흥국들은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하고 정치적 혼란이 큰 나라들"이라며 "이런 불안이 여타 신흥국으로 확대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일반적인 평가는 신흥국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쪽"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50bp로 커지지만 당장 자본유출과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다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 총재는 당시 "금리폭에 대한 관심은 금리역전이 되면 신흥 취약국에서 자금이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는 듯하다"면서 "2006년을 보면 금리역전폭이 컸지만 그 당시 경기가 상승국면에 있었고 펀더멘털이 양호해 자본유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총재는 자본유출 문제와 관련해 금리차보다 경기 펀더멘털 요인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이번 6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리면 한미 정책금리는 50bp 역전되지만, 2006년엔 금리역전폭이 100bp로 벌어진 적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도 외국인의 채권투자잔고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본유출 우려가 또 부각될 수 있을 것이지만 외국인 채권잔고는 6월 말 108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스왑포인트 역전 폭 확대 등에 따른 단기물 매수가 많지만, 아직은 자본 유출을 우려할 금리차 수준은 아닌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최근 일부 신흥국의 자본유출을 미국의 금리인상과 결부시켜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거론하면서 신흥국의 주식,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통화가 약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 일부 신흥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13년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
대체적으로 그 당시에 비해 거시건전성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지금 일부 신흥국들의 통화가치에 문제가 있지만, 정치적 혼란 등을 겪고 있는 특정 국가에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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