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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한국版 글로벌 산업디자인관 개관이 꿈"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1 17:06

수정 2018.06.11 17:06

사장 연임 임기 9개월 남아..남·북·中·日 문화 교류 확대, 음식·반려동물 문화 관심
[인터뷰]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한국版 글로벌 산업디자인관 개관이 꿈"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모니'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대립이 많은 아시아에 문화예술을 통해 하모니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의전당이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로 다르면서 비슷한 한·중·일이 문화교류를 통해 화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71·사진)은 지난 8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경색된 한·중·일 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한메이린의 세계순회전을 개최하느라 바쁜 일상이 더 분주해졌다는 고 사장은 "중국대사관과 문체부가 힘을 써준 덕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돼 기뻤다"며 "교류는 일방통행이 아니기에 많은 이들이 중국 미술에 관심을 갖고 또 중국에서 진행될 추사 김정희전을 통해서도 대한민국 서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개막한 한메이린전에는 김정숙 여사까지 개막일에 찾아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3년 14대 사장으로 취임한 후 2016년 예술의전당 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고학찬 사장의 두번째 임기도 어느덧 9개월여 남았다. 방송 PD 출신으로 처음엔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었다고 돌아본 그는 "하지만 난 언제나 늘 낯선 곳에 있던 사람이었고, 익숙해지기보다는 매일을 새롭게 보자는 생각이 예술의전당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일으켜 연임까지 가능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는 지금껏 살면서 25개의 직업을 가져봤어요. PD를 하면서도 선배들이 하는 것과 다른 걸 늘 시도해보려 했어요. 늘 새로운 것을 해보고 새로운 곳에 가보는 게 평생의 모토죠.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새롭고 낯설게 생각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고 해요. 요새는 어떻게 하면 '돈이 되는 문화협력'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한·중·일뿐 아니라 남북 관계에서도 문화로 굉장한 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해이해질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고 사장은 여전히 매일 출근할 때마다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은 예술의전당 지하 1층 주차장을 터서 어떻게 하면 뉴욕현대미술관(MoMA) 같은 산업디자인관을 만들까 하는 생각에 꽂혀 있어요. 그곳에서 새로운 생활디자인 전시도 하고 자동차, 모바일, IT와 접목한 디바이스도 선보인다면 어떨까요. 공연을 보고 나온 사람들이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영감까지 더해서 얻고 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정부 예산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몇 개의 기업과 후원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면 정부 예산도 뒤따라 오겠죠."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예술의 영역도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며 "예술의전당도 틀을 깨고 새로운 예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음식과 반려동물 문화에 관심이 많다. "현재 식당가가 입점돼 있는 오페라극장 앞 지하 비타민 스테이션에서 음식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한 전시를 해보는 건 어떨까 고려 중입니다. 유명한 셰프들을 초청해 '푸드아트' 그룹전을 할 수도 있고요. 또 요리사와 도예가가 협업을 해서 각 음식에 맞는 그릇을 만들고 전시하는 것도 생각합니다. 일상에 예술을 불어넣으면 더 높은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도 서초구와 연계해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엔 아무도 다니지 않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이었는데 곧 공사에 들어갑니다.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고 난 후 그곳에서 그래피티전을 해도 좋을 것 같고요. 사상 최초로 반려동물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구성할 계획도 있습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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