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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발작에 헤알화 폭락… 아르헨 전철 밟아가는 브라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3 17:47

수정 2018.06.13 22:46

중앙銀 개입 환율방어 실패 선거 앞두고 정정불안 겹쳐 5년물 국채수익률 11% 육박
브라질, 대외부채 적은데다 경상수지 적자도 크지 않아 전문가 "구조조정이 살길"
긴축발작에 헤알화 폭락… 아르헨 전철 밟아가는 브라질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이 시험받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여파에 10월 선거를 앞두고 구조조정이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으로 외국인들이 브라질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은 크게 다르지만 이웃나라 아르헨티나가 페소 추락 속에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지원 받기로 한 뒤 브라질이 그 다음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이하 현지시간) 헤알 급락세 속에 외환정책 주무부서인 브라질 중앙은행(BCB)이 국제금융시장의 시험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란 골드파인 BCB 총재는 일단 달러스와프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히고 나섰다.

골드파인 총재는 전날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한 콘퍼런스에서 헤알을 흔드는 투기세력들은 달러스와프를 통한 브라질의 소방능력을 시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브라질은 과거 규모를 능가하는 수준의 달러스와프를 발행할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이 정책수단 활용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파인이 BCB 수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16년 브라질 중앙은행은 달러스와프 1150억달러어치를 발행해 환율변동에 대응한 바 있다.

■시험대 오른 브라질 중앙銀

이번에는 그러나 아직까지 당시 발행물량의 3분의1을 조금 넘는 수준만 발행한 터라 여유분이 충분하다. 게다가 브라질은 38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도 있다. BCB는 이번주말까지 달러스와프 245억달러어치를 추가로 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BCB가 확고한 대응의지를 나타낸 뒤 환율 움직임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달러당 3.90헤알 이상으로 뛰었던 환율은 이날 3.68헤알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소폭 내리기는 했지만 헤알은 올들어 남미에서 아르헨티나 페소에 이어 두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한 통화이다.

주식시장도 소폭 반등해 지난주 한달도 채 안돼 15% 급락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수준까지 추락했던 상파울루 증시의 아이보베스파 지수는 이날 0.6% 상승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매도세가 이어졌다. 국채 기준물인 10년만기 국채는 달러표시 국채 수익률이 이날 6%를 돌파했다. 연초 4.5% 수준에서 미 국채 수익률 상승, 아르헨티나 불안, 10월 선거 불안이 겹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헤알 표시 5년물 브라질 국채 수익률도 오름세를 이어가 최근 9%를 밑돌던 것이 11%에 육박하고 있다.

■개혁성공 여부가 관건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런던의 신흥시장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폴 그리어는 "브라질에서 거의 모든 자산을 비중축소하거나 매도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잘못된 권고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고,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지원 없이 시장에 개입하고 있"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결코 (저가) 매수기회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브라질 시장은 4월까지만 해도 별 탈이 없었다. 투자자들은 이제 막 침체에서 벗어난 브라질 경제를 낙관했다. 그러나 지난달 그 흐름이 바뀌었다.

아르헨티나 페소 추락으로 헤알까지 흔들렸고, 친시장주의자로 평가받던 미셸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트럭 파업에 굴복해 재정부담을 크게 높이는 유류보조금 지급에 합의하자 헤알이 추락했다. 게다가 10월 7일 1차투표를 시작으로 개시되는 브라질 대통령.의회 선거를 앞두고 좌우를 막론하고 포퓰리스트들이 약진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높아져 투매를 부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브라질 국민들이 장기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조정이 이번 투표에서 물건너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은행 이타우 우니방카의 마리오 메스키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나리오가 점점 더 도전적이 되고 있다"면서 "개혁지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개혁이 없으면 통화급락에 대응한 주요 수단인 금리인상도 부작용만 낳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와 달리 경상수지 적자도 크지 않고, 대외부채도 적다면서 구조조정만이 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20년만에 최저수준인데다 경제도 아직 설비가동률이 낮아 금리 인상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골드파인 총재도 장기적으로 브라질이 지속가능한 성장률을 회복하려면 구조개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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