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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매파성 강화한 미국과 한국의 중앙은행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4 14:11

수정 2018.06.14 17:01

자료=해외 금융사들의 연준 금리인상 전망 (국제금융센터 정리)
자료=해외 금융사들의 연준 금리인상 전망 (국제금융센터 정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현지시각 13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1.75~2.00%로 25bp 인상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대다수가 예상하던 바다.

관심을 모은 점도표는 상향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찍은 점도표는 올해 3차례가 아닌 4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정책위원들이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좀 더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올해 연내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횟수는 1회가 아니라 2회에 맞춰지게 됐다. 연준은 내년 금리인상 전망은 3회로 유지했다.


연준은 당분간 저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언급을 삭제했지만 최소 2020년까지는 목표치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는 시그널도 선보였다. 따라서 급속한 금리인상은 아니지만, 점진적인 인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연준이 예상보다 다소 매파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 금리인상 올해 4회로 상향된 점도표..나아진 경기관

시장이 점도표 조정 여부에 관심을 모은 가운데 점도표 중앙값은 간신히 4회로 올라갔다.

이번 조사에서는 올해 4차례 이상 인상이 8명, 3차례 이하가 7명으로 바뀌었다. 한 명의 연준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이 한 차례 더 필요하다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반면 2019년과 2020년, 중장기 기준금리 전망치에 대한 의견은 큰 변화가 없었다.

2018년과 2019년, 2020년, 중장기 기준금리 가중치는 각각 2.24%, 2.96%, 3.31%, 2.87%로 계산된다. 일단 전체적으로 올해 하반기에 1~2차례, 내년 3차례, 2020년 1~2차례 정도 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상 전망 강화는 양호한 경기예측에서 비롯됐다.

연준의 성장률과 실업률,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상향 수정된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로 3월에 비해 0.1%p 상향됐고, 2019년 이후로는 유지됐다. 연준의 GDP 성장률 전망은 2019년 2.4%, 2020년 2.0%, 장기 1.8%다.

실업률 전망치는 2018년 3.6%로 0.2%p 낮아졌다. 2019년과 2020년 전망은 각각 0.1%p씩 낮춘 3.5%로 제시했다.

올해 PCE 물가 상승률은 1.9%에서 2.1%로, 내년은 2.0%에서 2.1%로 상향조정됐다. 장기 PCE물가는 2.0%로 유지했다. 근원 PCE 물가는 올해 2.0%로 0.1%p 상향 조정됐고 2019년과 2020년은 2.1%로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연준이 전체적으로 금리인상 스탠스와 경기, 물가상승률에 대한 낙관론을 다소 강화한 것이다. 다만 아주 크게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경기 판단이 개선됐으며 물가 상승률 2% 도달에 대한 자신감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기존에 있었던 통화정책 방향의 조정이라는 문구를 추가적인 연방기금 목표금리 인상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했다"면서 "통화정책 방향이 기준금리 인상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연방기금 목표금리가 당분간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금리 수준 아래에 머물러 있다는 표현도 없애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를 크게 하회하지 않음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 적지 않은 성명서 문구 변화

연준이 스탠스를 크게 바꾼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성명서의 변화를 꾀했다.

경제동향 평가에서 경기확장세에 대해 '완만하다'(moderate)고 했던 것을 '견조하다'(solid)로 바꿨다. 고용과 투자, 물가에 대해선 5월과 비슷하게 표현한 반면 가계지출에 대해선 완만한 둔화 대신 '반등했다'(has picked up)로 바꿨다.

경제전망에 있어선 '중기적으로 완만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표현을 지우고 '점진적인 금리인상은 경제의 지속적 성장, 노동시장 강세와 부합한다'는 문구로 대체했다.

물가에 대해선 '중기적으로 대칭적인 2% 목표 근처'(near the Committee's symmetric 2% objective over the medium term)라는 5월 표현을 유지했다. 리스크에 대해선 '대체로 균형'(roughly balanced)이라는 입장을 그대로 뒀다.

통화정책과 관련, 향후 연준의 계획을 반영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문구는 많이 삭제했다. 예컨대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accommodative)',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 유지'와 같은 표현들을 제거했다.

연준은 아울러 초과지준부리(IOER)는 20bp 인상한 1.95%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지준부리 조정에 대해 파월 의장은 경미한 기술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지준부리 조정이 대차대조표 조정 등 통화정책의 변화와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 점진적 인상 기조..미국 올해 2차례 추가 인상 힘 받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경기관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상당히 좋은 상태(great shape)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 성장세 모두 양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는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급속한 인상시 경기후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천천히 가는 게 더욱 지속가능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또 내년부터는 FOMC 회의 이후 매번 기자회견을 열겠다면서 소통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즉 1년에 4차례 하던 회견을 이제 매년 8차례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리조정이나 입장 변화가 보다 쉬워지는 장점도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변화의 속도나 시기에 대한 어떤 신호가 아니다"라면서 억측을 경계했다.

미국 금융시장에선 '매파적인' FOMC 확인 이후 국채10년물 금리가 3%를 다시 넘기도 했으나 2.96%대로 되돌려졌다. 달러 인덱스도 상승을 보이다가 결국 하락 전환했다.

주요 주가지수는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하락했으나 낙폭은 0.5% 안쪽으로 제한적이었다.

전체적으로 FOMC 이벤트는 매파적으로 인식됐으나 예상을 크게 벗어난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를 얻었다. 다만 연준이 보다 매파적으로 변하면서 올해 금리인상은 3차례가 아니라 4차례일 것이란 관측이 좀더 힘을 얻었다. 즉 매 분기말 금리인상이 실시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12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는 관점이 갈린다.

노무라증권의 루이스 알렉산더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경기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면서 "연준이 올해 4차례, 즉 연내에 금리륻 두 차례 더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간스탠리의 로버트 로제너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인상과 함께 낸 성명서와 전망은 약간 호키시하게 바뀌었다"면서도 "핵심적인 메시지는 별로 변하지 않았고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해 3분기 금리인상 후 12월엔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까지, 그리고 FOMC를 거치면서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조금 더 힘을 받고 있다.

■ 한은도 매파성 강화

12일 오후 4시에 공개됐던 한국은행의 '5월 금통위 금리결정회의' 의사록도 매파적이었다.

5월 금리결정회의 당시 이주열 총재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대해 별다른 언지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록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비교적 직접적인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금통위원들이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A 금통위원은 "완화 정도를 다소 축소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된다"고 했으며, B 금통위원은 "현 시점에선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비중을 더 높여야 하겠기에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축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완화정도의 축소 조정은 금리인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C 위원은 "물가흐름의 상승세 확대 및 지속여부를 좀 더 확인하며 금리인상 시점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의사록에 나타난 6명의 의견 가운데 3명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거론했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사람 중에는 금통위 내에서 가장 매파적이라고 알려진 이일형 위원, 윤면식 한은 부총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둘기파로 대표되는 조동철 금통위원 등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였다.

D 위원은 "경기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물가가 2%로 수렴할지 불확실하다" 고 했고 E 위원은 "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고용 우려는 확대됐으며 인플레이션 갭이 마이너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무튼 금통위 전체적으로 시장의 예상보다는 매파적인 측면이 있었다. 현재의 구도로는 이주열 총재가 마음 먹으면 머지 않은 시간에 금리인상이 가능해 보인다.

한편 5월의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금통위의사록 공개 이후 지난 6월 12일 한은 창립 기념식 때 이주열 총재가 한 발언을 다시 주목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시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완화정도의 추가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런데 당시 이 총재는 "통화정책 운용 여력의 확보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 창립식 때 총재 발언을 사람들이 도비시하게 해석했지만, 늘 하던 '완화기조 유지'와 같은 말 외의 새로운 표현은 '통화정책 여력 확보 필요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5월 의사록과 통화정책 여력 확보, 즉 나중을 위해 금리를 올려 놓아야 한다는 총재의 발언을 감안할 때 7월 혹은 8월에 금리를 올려도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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