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 "재도전 지원정책,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해야"

재도전 액셀러레이터 설립.. 민간분야 재도전 기업 지원 목표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사진)은 2000년대 초 잘나가는 영화제작자였다. 적은 예산으로 사회적 반향이 큰 영화를 만드는 데 업계에 정평이 나 있었다. 실제 지난 2002년 영화 한 편을 제작했는데 CJ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세금 8000만원이 그의 성공가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유 회장은 14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세금 8000만원을 내지 못해 파산했다"며 "간이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게 당시 업계 관행이었는데 이 때문에 순간 자금 융통이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파산 이후였다. 잘나가던 사업가가 갑자기 삼중고를 겪게 됐다. 유 회장은 "세금을 못 내니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산세가 2억원 이상 붙고 파산신청도 못했다"며 "법인으로 회사만 망한 게 아니라 대표였던 나도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더라"고 털어놨다.

30억원까지 투자를 받았는데 자금관리 한 번 실수를 하자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유 회장은 이때 '수익모델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부터 6년 전 지난 2012년부터 '수익모델 다양화'라는 교훈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유 회장은 중국 간접광고(PPL) 판권시장에 진출했고 KT 올레티비와 '티 커머스(T-commerce) 사업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스타 스토리몰'이라는 한류 쇼핑몰을 만들어 중국과 제주도 등에 오프라인 매장도 냈다.

최근에는 영화 프리퀄 부분을 가상현실(VR) 기술로 제작했다. 유 회장은 "콘텐츠진흥원에서도 지원받아서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며 "배급 문제도 고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 실패를 하면 자신이 잘하던 분야를 포기하고 아예 다른 도전을 하곤 한다"며 "그러나 자신이 자신있는 분야라면 포기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다른 아이템을 고민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은 없다. 잘 아는, 잘 할 수 있는, 잘 팔리는 아이템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으로서, 재도전에 성공한 선배 기업인으로서 유 회장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연대보증을 없애는 데 협회 차원에서 참 많은 목소리를 냈다"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직원들처럼, 성실폐업한 기업가를 위한 부금을 만들자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해 현재 입법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유 회장은 "재도전 지원정책은 10년도 되지 않았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공공기관부터 은행권까지 정량평가로만 이뤄지고 있는데, 재창업 평가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경험을 쌓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재도전 지원정책에 있어서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며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에게도 너무 큰 부담을 지게 해선 안된다. 창업을 지원하는 분야인 만큼 행정감사 등에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재도전을 하려는 기업가들에게도 "자신이 부족한 걸 보완할 줄 알아야 한다"며 "1~2회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조직협업, 아이템 공유 등 다양한 협업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유 회장에게 개인적인 꿈을 묻자 "내 사업과 관계없이, 민간분야에서 재도전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재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공공분야라 한계가 있고 내가 몸담았던 콘텐츠 사업 등 전 분야를 지원하지도 못한다"며 "협회 차원에선 한계가 있어 재도전 기업을 컨설팅하고 투자를 연계해주는 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유 회장은 '재도전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어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 임채운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고문으로 모시고 사업을 차분히 진행 중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