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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 양적완화 종료 언급하면서 유화적 메시지 던지다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5 10:58

수정 2018.06.15 15:33

사진=ECB의 통화정책 설명회 모습, ECB 홈페이지
사진=ECB의 통화정책 설명회 모습, ECB 홈페이지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내 양적완화(QE) 종료를 언급하면서도 금리인상은 서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ECB는 올해 말까지 2조5500억유로, 즉 대략 3조 달러 남짓한 채권매입 프로그램(QE)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나 제로 금리를 최소한 내년 여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금리들은 현 수준 그대로 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경기 침체가 발생한지 약 10년 만에 부양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면서 "이번 결정이 만장일치였다"고 밝혔다.

■ ECB, 성장률 전망 낮추고 물가 전망 올려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물가가 전망치에 부합할 경우 10월부터 국채 매입액을 지금의 월 300억€에서 150억€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수순으로 가면 12월에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ECB는 다만 투자채권 만기시 풍부한 유동성과 완화적 스탠스 유지를 위해 QE 종료 후에도 필요하다면 상당기간 재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준금리(0.0%) 및 예치금리(-0.4%), 한계대출금리(0.25%) 등 정책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최소한 2019년 여름까지 이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CB는 2018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4%에서 2.1%로 하향조정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4%로 둔화되면서 성장률 전망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에 대해 드라기 ECB 총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중장기적으로 봐서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는 경기에 대해 비교적 양호한 관점을 보였다. 최근 크게 부각된 이탈리아 정치 위기 등 정정 불안 문제 등이 있었지만 드라기 총재는 "리스크 요인들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균형"이라고 했다.

ECB는 2019년과 2020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9%, 1.7%로 유지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4%에서 1.7%로 상향조정했다. 2019년 물가상승률 전망도 1.4%에서 1.7%로 올렸다. 2020년 전망치는 1.7%로 그대로 뒀다.

드라기 총재는 물가의 목표치 수렴과 관련해 "이전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으로 자신하며 앞으로도 목표치에 수렴하는 형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보수적 입장..채권가격 띄우고 유로화 가치 떨어뜨려

드라기 총재는 정책결정 후 가진 회견에서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인상이 정확히 언제 단행될 지 논의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정책변경은 경제데이타와 시점에 따르기로(date and state dependent)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ECB는 "2019년 여름까지 현 수준의 정책금리가 유지된다"고 밝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통화정책 결정문이 나온 뒤 EONIA(유로존 은행간 하루짜리 단기금리) 시장에선 1년 후 금리인상 가능성이 30%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연내 QE종료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금리인상이 늦춰졌다는 데 포커스를 맞추면서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콤 CHECK단말기(3931)을 보면 독일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5.48bp 하락한 0.4244%, 2년물은 4.54bp 떨어진 -0.6576%를 기록했다.

지난 달 정치 리스크 부각으로 급등하면서 3% 위로 급등했던 이탈리아 금리도 하락세를이어갔다. 이탈리아 10년 국채는 6.34bp 하락한 2.7346%까지 낮아졌다.

미국채 시장도 이를 호재로 인식했다. 미국채 금리는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과 점도표 상의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 시그널에도 약보합 정도를 보인 뒤 유로존 통화정책 재료에 강세로 반응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84bp 하락한 2.9373%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은 '2019년 여름까지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언급에 포커스를 두면서 강세를 보인 것이다. ECB의 스탠스를 감안할 때 내년 9월 이후 ECB의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유로/달러는 ECB의 발표 후 1% 넘는 하락세를 보이는 등 ECB 회의는 비둘기적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ECB는 2011년 금리를 두 차례 인상한 바 있으나 곧바로 경제가 침체되자 다시 완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같은 경험을 갖고 있는 ECB는 금리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QE 종료 후에도 필요하다면 상당기간 만기채권을 재투자할 수 있다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 ECB 결정, 글로벌 채권시장에 호재

ECB 회의 전 국내 채권시장에도 경계감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6일 페트프 프레이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프레이트는 "양호한 펀더멘털이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도달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있으며 임금 상승압력도 커지고 있다. 물가가 목표치로 다가가는 신호가 증가하고 있다"는 언급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벤트 초점이 금리인상 '지연' 쪽에 맞춰지면서 국내 채권 매수자들도 안도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융시장이 자산매입 축소보다는 금리가 상당기간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쪽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5월 취업자수가 7만명대 증가에 그치는 등 충격적인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채권은 강세 무드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튼 ECB 회의는 자산매입 축소나 금리 인상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우호적이다.

장기투자기관의 한 펀드매니저는 "ECB는 시장에서 관심 있어 하던 사안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 스케줄을 제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해외에선 금리 상방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평가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여름까지는 유로존이 금리를 안 올리겠다고 하니 글로벌 채권시장이 전반적으로 강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채권운용역은 "ECB가 매파적인 스탠스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본 사람이 꽤 많았으나 예상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국내 채권시장이 고용지표 부진을 이유로 마냥 강세로 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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