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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국제판 님비현상 '쓰레기 대란'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5 17:49

수정 2018.06.15 17:49

조 창 원 베이징 특파원
조 창 원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편하게 느끼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해도 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쓰레기 재활용은 매우 깐깐하다. 분리수거를 안한 채 몰래 쓰레기를 버렸다가 카메라에 적발돼 창피를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에선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각층에 내놓으면 관리 담당자가 알아서 수거해서 처리한다. 물론 중국에서도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중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생활에 젖은 외국인들은 우스갯소리로 자국으로 돌아갔을 때 깐깐한 쓰레기 분리수거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나 걱정한다.

다소 불편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는 세계적인 폐기물 처리 논란의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폐기물 대란은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뿐만 아니라 자국 이기주의의 폐해까지 더해진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동남아시아 각국이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폐기물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진국에서 과소비되고 버려진 폐기물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한 나머지 폐기물들이 환경쓰레기로 남는 악순환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가령 영국의 플라스틱폐기물은 최근 중국의 수입규제에 따라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밀려들어 가고 있다. 올 1월부터 4월 사이 영국의 말레이시아에 대한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작년까지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였지만 올해부터 중국이 수입규제를 단행하면서 중국행 플라스틱 폐기물이 97%나 줄어든 것. 원래 중국으로 유입되던 폐기물들이 다른 동남아 국가로 고스란히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영국을 포함해 외국에서 태국에 유입되는 플라스틱 등 재활용쓰레기와 전자제품 폐기물 규모는 지난달까지 21만2000t으로 지난해 연간 수입량 14만5000t을 이미 넘어섰다.

베트남도 4월까지 폐기물 수입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3% 늘어난 130만t에 달했다. 일부 항구에서는 물밀듯이 들어오는 플라스틱 쓰레기 탓에 선적지연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사태는 근본적으로 폐기물의 제조지역, 폐기물 발생지역, 폐기물 처리지역 등에 대한 명확한 책임규정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가령 영국이 동남아 국가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대량 수출하는 이유는 자국 내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자국 내 처리용량을 초과하는 폐기물을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것이다. 이는 보상체계가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한 업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정책은 재활용되는 폐기물 양에 초점을 맞췄을 뿐 수집된 장소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동남아 국가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갑자기 몰리면서 전 지구적 환경재앙은 또 다른 형태로 벌어지게 됐다. 우선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로 동남아 국가에 집중적으로 폐기물이 몰리면서 불법 수입업자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구나 이들 국가에 갑자기 많은 폐기물이 밀려오다보니 폐기물의 재활용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수입된 플라스틱 폐기물 가운데 일부만 재활용되고 상당 부분은 소각 또는 매립되거나 아예 바다에 투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에 불법으로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은 결국 해양오염을 심화시키고 해양생태계를 교란한다.


특정 국가 앞마당에 쌓였던 쓰레기를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치웠지만 결국 환경재앙이라는 부메랑으로 역풍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는 듯하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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