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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멈추지 않는 가계빚 폭증, 대책은 없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7 16:36

수정 2018.06.17 16:36

지난해 증가 속도 세계 3위.. 앞선 정부 탓만 해서는 안돼
가계빚 폭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94.8%를 기록했다. 비교 대상 43개국 가운데 7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상승폭은 2.2%포인트로 중국(4%포인트)과 홍콩(3%포인트)에 이어 세계 3위다.

가계빚 급증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부터 시작됐다.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대출 규제를 푼 것이 원인이었다.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겼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가 화근이 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 대출규제를 원상회복하면서 가계빚 증가속도가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규정속도(가처분소득 또는 경상GDP 증가속도)를 넘고 있다. 1·4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는 146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조2000억원이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1·4분기 증가액(16조6000억원)보다 많다.

금융위기는 경제의 약한 고리를 뚫고 침입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기업의 과다한 부채가 약한 고리였다. 지금은 가처분 소득이나 GDP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가 약한 고리다. 일이 터지기 전에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약점들을 보강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두 가지 약점을 보강해야 한다. 1차적인 약점은 상환능력에 비해 과다한 빚을 짊어지고 있는 취약차주 계층이다. 금리가 올라도 상환능력이 있는 계층은 버틸 수 있다. 반면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자 1876만명 가운데 150만명(8%)이 저소득·저신용자, 즉 취약차주다. 이들 가운데 5명 중 한 명이 연간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이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2차적인 약점은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부채 자체다. 그렇다고 가계부채 총량을 줄일 수는 없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가처분소득 증가율 이내로 낮추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상황을 호전시키기는 어렵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긴축으로 선회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템포가 빨라지면서 일부 신흥국에서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아무리 건실해도 외풍이 거세지면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미국이 내년 말까지 계속 금리를 올리고 그 여파로 신흥국 위기가 확산된다면 우리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약한 고리를 보강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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