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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 "죽음의 현장서 일하며 고독사에 관심"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8 17:09

수정 2018.06.20 15:02

[fn 이사람]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 "죽음의 현장서 일하며 고독사에 관심"

새벽부터 죽음을 알리는 전화벨을 듣는다. 누군가 홀로, 쓸쓸하게, 숨을 거둔 이가 남긴 혈흔 자국을 어떻게 해결할지 묻는 전화다. 지난 15일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45·사진)를 만났다. 아침부터 그에게 부고를 알리는 전화벨이 울리던 참이었다.

김 대표는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한다. 강력범죄, 자살 및 고독사, 쓰레기집 등 인간이 극한에 몰린 집을 청소한다.
김 대표는 "이달부터 일이 많아진다"며 "여름에는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생활하다 보니 악취를 쉽게 맡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독가구가 늘며 고독사 청소가 대부분"이라며 "일을 시작하고부터 전화벨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신이 방치된 집은 심해와도 같다. 부패한 시체에서 나온 장기와 혈흔 등으로 미끄러짐을 주의해야 한다. 그는 마치 어두운 바다를 헤쳐가 듯 조심스레 냄새 진원지로 다가간다. 김 대표는 "사람이 죽은 곳에는 인체조직이 남는다"며 "베게에 머리카락과 함께 피가 말라붙는다. 구더기 떼가 몸을 뒤엉킨다"고 설명했다.

특수청소업은 그에게 민감한 후각을 남겼다. 냄새는 언어로 설명되지 못해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샤워부터 한다"며 "각종 향수와 탈취제를 갖고 다닌다. 냄새가 몸에 배는지를 수시로 체크한다"고 전했다. 여러 번 코를 푸는 버릇도 생겼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오전에 죽음을 듣고 오후에는 죽음의 냄새를 씻어낸다. 생과 사를 오가는 경계선에 선 것만 같다. 그는 "사람이 죽어야 생계가 이어지는 직업이다"며 "그런 아이러니가 일종 소명의식이 생겼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서울시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에 외부자문으로 참가해 왔다. 관련 연구나 대책을 위해 의견도 전달한다. 청소를 의뢰하던 자살 시도자를 경찰 신고로 막은 적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그럴 수 있다. 김 대표는 홀로 죽거나 쓰레기를 가득 품고 사는 사람이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죽음 그 자체보다 그 사람 생애를 이끈 고독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한다"며 "사회에서 죽음을 행정적으로 처리하기 전 죽음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수청소업에 뛰어들기 전 김 대표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대필로 생계를 이었다.
다른 사람이 남긴 글과 말을 정리하던 그가 이제는 하늘로 떠난 이가 두고 간 방안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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