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혁신이 답이다-대기업 벽 넘는 中企]아이디어·혁신기술로 골리앗에 맞선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6:53

수정 2018.06.20 16:53

국내외 '최초' 기술 선보여..링크플로우 CES 혁신상 받아
룰루랩에서 세계 최초로 뷰티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피부 분석기 '루미니' 이미지.
룰루랩에서 세계 최초로 뷰티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피부 분석기 '루미니' 이미지.


'최초(最初)'라는 단어는 산업계에서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대기업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의 기술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 최초, 국내 최초의 기술을 시장에 선보인다. 이들은 '대기업 공화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초' 기술로 '세계시장' 넘본다

설립된 지 1년반이 채 안 된 스타트업 링크플로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세계 최초'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 '핏360(FITT360)'가 수상의 주인공이다.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는 4년 전 구글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영역이다. 구글이 개발에 실패한 기술을 국내 스타트업이 만들어냈다. 김용국 링크플로우 대표는 "링크플로우가 개발한 카메라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 가능한)해 팔·다리 등 몸이 자유롭다. 여기에 360도 촬영이 가능하다"며 "(시장에) 동일제품이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개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뷰티 스타트업 룰루랩은 올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두 개를 수상했다. 지난 1월 iF 디자인 어워드에 이어 지난 4월 '레드닷(Red Dot) 디자인 어워드 2018'에서도 연달아 수상했다.

수상제품인 '루미니'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뷰티 분야에 활용했다. 루미니로 얼굴을 찍으면 10초 안에 얼굴 전면의 피부를 데이터화하고 분석한다. 뷰티 산업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룰루랩 최용준 대표는 "뷰티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최초로 적용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뷰티 산업의 발전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헥스하이브도 '세계 최초 블랙박스'를 개발했다. 사각지대 없는 360도 블랙박스 '피오르 360'는 전 세계 최초로, 하나의 렌즈모듈로 전방향을 촬영할 수 있다. 피오르 360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히든 히트상품'으로도 뽑혔다. 조중길 헥스하이브 대표는 "기존 블랙박스 제품은 한쪽 면만 찍게 돼서 정작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정황이 촬영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우리 제품을 이용하면 렌즈를 2~3개 장착할 필요도 없고 전방, 실내는 물론 측면의 '문콕' 테러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한 이들의 눈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바라본다. 김용국 링크플로우 대표는 "아직 세계 시장에도 메이저 플레이어(주요 업체)가 없다"며 "보안·관재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일본과 미국 등에서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일본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제조·관리업체 도쿄테크는 이미 지난해 주문을 완료했다.

■"중소기업? 작은 만큼 혁신도 빠르다"

"굴뚝사업도 지식재산(IP)으로 무장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석권도 가능하다." 지난 5월 '제53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1등급 훈장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대창의 지준동 수석연구원이 밝힌 자신감이다.

지난 1994년 설립된 ㈜대창은 사출·금형업체, 전형적인 굴뚝회사였다. 그러나 지난 2003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가전·자동차분야 기능모듈을 개발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했다. 특히 일본 경쟁사가 인건비 감축을 위해 해외로 제조공장을 이전한 것과 달리 대창은 국내에서 연구개발하고 특허 출원을 이어 나가 국내 일자리 45개 이상을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와 국내 산업 발전에 공헌했다.

의료 진단기기 전문업체 나노엔텍은 최근 2년간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기업문화를 새롭게 하면서 작년말부터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나노엔텍은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5개 진단키트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비결은 '내실 다지기'였다. 외형 확장보다 수익 중심으로 회사의 모든 것을 바꿨다. 조직이 바뀌자 성과가 났고, 곧바로 회사는 흑자를 냈다.


정찬일 나노엔텍 대표는 "겁내면 안 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줘야 한다.
그래야만 자율성과 함께 책임감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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