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Change]

"남북 경협 시작되면 바로 대응" 조용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정부

남북 해빙기 新한반도지도 북방경제, 새로운 시대를 열다
틀 바뀌는 경제정책..美 의회 대북제재 풀고 北 IMF 가입땐 경협 본격화, 예산·재정에 北 변수 고려해야

남북을 가로막고 있던 두터운 냉전의 장벽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녹기 시작하면서 남북 해빙을 가속화시킬 중요 역할은 상당부분 경제분야로 넘어왔다. 북한이 외부로 나올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게 정치의 몫이라면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기틀을 마련해주는 것은 경제영역이어서다.

정부 당국도 새로운 남북시대를 맞아 경제정책의 틀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0년간 북한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고 우리 경제의 고려대상이 아니었지만 앞으론 예산, 세제, 재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와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등 경제지원이나 협력을 위한 정치의 필수 관문이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준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남북경제협력이 당장 순풍을 달 순 없더라도 언제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토대를 닦아놓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통일부를 통해 정부 각 부처로부터 남북경협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남북회담 전부터 일괄 제출 받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의회에서 대북제재 완화 등을 승인해야 하고 북한의 IMF 가입 등이 남아 있어 '남북경협 시작'을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통과되면 남북경협 속도는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남북경협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설익은 추진계획이 여론에 오르면 자칫 남북화해 모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하지만 이미 곳곳에서 경협 준비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남북공동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고, 백두산 분화를 함께 연구하며 남북 접경지에 평화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등이다. NLL 평화구역 설정 후 어로활동 보장,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 연결 등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공식 확인했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신(新)북방정책 4대 목표 및 14대 중점과제'에서 남북에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가를 포함시킨 것은 '신북방경제 준비'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경제정책으로 북한 제재 완화시기를 앞당겨 보겠다는 의지로도 해석 가능하다.

사실상 미국 의회가 대북제재 완화와 북한의 IMF 가입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와 북한의 경협 속도전을 보여줘 조바심을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을 통해 정치적 난관을 해결하려는 방안이다.


말은 아끼지만 정부부처의 조직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경제부처는 부처 내에 남북경협과 관련한 부서나 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거나 하고 있다. 이른바 조직 내 에이스를 전진배치시키기도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