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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주가지수 2400선 무너진 뒤의 풍경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4:37

수정 2018.06.21 14:37

자료=CHECK, 올해 코스피지수 흐름
자료=CHECK, 올해 코스피지수 흐름

18일 코스피지수 24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가 이어지면서 당시 코스피지수는 27.80p(1.16%) 하락한 2376.2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하회한 것은 올해 3월5일(2375.06)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 2월 9일엔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미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2363.77까지 고꾸라지기도 했으나 최근까지 2400선은 지속적으로 지지선 역할을 했다.

최근 수급 측면에서 주가 급락은 이끈 것은 외국인 매도였다. 외국인은 지난 14일 4766억원, 15일 5493억원, 그리고 18일 3195억원, 19일 2154억원을 순매도했다.
나흘간 1조5608억원이나 대거 순매도한 것이다.

이 대규모 매도가 몰린 기간 코스피지수는 45p, 19p, 28p, 36p씩 하락했다. 나흘간 낙폭이 129p에 달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큰 홍역을 치른 뒤 20일에 24p 가량 반등하면서 2363.91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21일 다시 하락하는 등 반등도 만만치 않다.

지난 해와 올해 초만 해도 주가지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으나 현재는 조심스러워 하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와 달라진 환경에 조심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

■ 지난해와 달라진 통화정책 환경과 달러화 움직임

지난해 10월말 국내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500선을 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지난해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연말에 2467.49로 거래를 마쳐 2500선을 지키지 못했지만, 1년간 22% 급등했다.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로존 등 여타 선진 경제도 탄력을 받았고 글로벌 달러가 하락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해엔 달러 약세 흐름을 타고 글로벌 자금들이 신흥국 주식시장으로도 몰려들었다.

미국이 주도하다시피 한 글로벌 경기 회복 기운이 연타 선진국으로 번지면서 위험자산선호도 강화됐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변했다. 연초 미국의 고용지표 호전에 따른 미국채 금리 급등, 그로 인한 주가 폭락이 나타나면서 위험자산 투자자들이 크게 긴장했다.

최근엔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상반된 모습이 위험자산 투자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올린 뒤 연내에 추가로 금리를 두 차례 더 올리겠다고 한 반면 ECB는 내년 여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위험자산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졌던 것이다.

또 지난해엔 미국을 위주로 살아나던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전방위로 확장됐다면, 올해는 유로존 경기에 대한 의구심을 더하는 지표들이 많이 보였다. 결국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면서 최근엔 위험자산선호가 수그러든 측면이 있다.

■ 다시 점화된 미중 무역분쟁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역시 금융시장이 눈을 뗄 수 없는 재료다.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물품에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일단 340억달러 규모, 818개 품목에 대해서는 7월 6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 나머지 160억달러 규모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해선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대화를 환영하지만 무역전쟁 위협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서 659개 품목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규모는 500억달러로 미국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중국이 강하게 나오자 트럼프는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16일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2천억달러 추가 관세 검토 지시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면 4500억달러의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미중 힘겨루기가 점입가경 상황으로 진행됐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무역전쟁을 일으키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서 "정당한 권익을 결연히 수호하고 끝까지 맞설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올해 3월 미국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결정한 뒤 계속해서 미중간 무역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협상의 귀재라는 트럼프가 이 험악한 분위기를 전환할지 여부 등이 중요하다. 미중 갈등으로 급락했던 주식시장은 이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삼성증권의 전종규 연구원은 "미중간 추가 무역협상을 통한 관세부과 일정 연기 및 세부협상 진행을 기본 시나리오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7월 6일 미국의 2단계 대중국 관세 부과 시행 및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무역분쟁 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2차 미중 협상 타결과 유사한 포괄적 타협안 도출 및 미중 무역갈등 봉합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세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는데, 협상이 도출될 때까지 변동성 장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정한 무역'을 강조하는 이유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상당한 규모인 데다 적자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경기가 좋아서 중국산 수입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올해 1~5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050억 달러로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13%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과 대만같은 나라의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나 대만같은 나라는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그 피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거칠지만 냉정한 협상가인 트럼프가 파국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다시금 미중 갈등이 극적인 해소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예상도 보인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G2 양국의 보복관세 시행 일정은 7월로 연장됐다. 미국의 관세 철회 조건을 중국이 수용하는 방향에서의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4-6월은 긴장감 고조, 7-8월은 긴장감 완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무역분쟁 해소는 재정, 안보정책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향후 그간 눌려있던 신흥시장과 중국 성장주 랠리가 전개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외인 매매 보면서 대외변수 주시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대기하고 있다. 정치적 변수에 대해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많다.

다만 최근 미중 갈등에 대해 익숙해진 데다 이미 상당부분 리스크를 반영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진단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운용팀장은 "최근 이슈들을 보면 별 것 없었던 북미정상회담, 매파적인 FOMC와 유화적인 ECB,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지방선거 이후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대한 우려, 미중 무역갈등 재연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선 이런저런 재료들이 복합적으로 엉켜서 외국인이 계속 매도로 나온다"면서 외국인 스탠스 전환여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은 전날(20일) 코스피시장에서 7거래일만에 주식을 순매수(1179억원)했다. 하지만 이날은 다시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최근 대규모 매도 때처럼 거칠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 매니저는 "대략 가격조정은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이며 기간조정 가능성이 있다"면서 "2분기 실적시즌 전까지는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박스권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만 현재 주가의 방향성을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서 쉬면서 대외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낫다는 관점도 보인다.

다른 주식 매니저는 "지금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위나 아래로 갈 가능성은 5:5로 보인다"면서 "미중 무역갈등 등 정치적 문제가 큰 변수여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만 보면 사는 게 답인데, 문제는 가치평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지금은 투기적 성격이 강한 장이다. 이성적 투자자라면 쉬는 게 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의 흐름도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1110원선을 넘어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1111.7원에서 고점을 찍고 1105.1원에 마감한 환율은 다시 상승룸을 테스트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식은 환율, 환율은 주식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다시 하향 안정돼야 외국인이 들어오면서 주가 반등에도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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