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석유 증산 나설 산유국, 생산여력 있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7:15

수정 2018.06.21 17:15

OPEC·러 등 이틀간 회의.. 소규모 증산 가닥잡은 듯 수요 하루 140만배럴 증가
제재 앞둔 이란 공급 줄고 셰일석유 등도 증산 불투명
석유 증산 나설 산유국, 생산여력 있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생산여력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유가 상승기 단골 소재였던 증산여력이 다시 문제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 감산국들이 증산을 결정하게 되면 증산여력이 소진되고, 시장은 사소한 공급감소에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정도로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은 증산배후 美 지목

한편 그동안 증산을 주장해왔던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이번 증산협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면서 동결로 방향을 틀어 회의 역시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유가 상승 배경에 투기적 수요와 함께 실제 세계 석유수요 증가세, 리비아 등의 예상치 못한 공급차질 등이 자리잡고 있어 22일 OPEC회의, 23일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감산국 회의의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이 어깃장을 놓고 있지만 다수는 증산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을 포함해 석유장관들 다수가 증산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증산규모는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렉산데르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은 최대 하루 150만배럴 증산을 주장하는 반면 충분한 생산여력을 갖춘 사우디는 50만배럴이 적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매킨지의 앤루이스 히틀은 회의 결과 예측이 매우 어렵다면서도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소규모 증산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증산 결정 이후다. 증산이 결정돼도 이후 세계 석유수요 증가세를 따라잡을 만큼 충분한 증산여력이 있느냐가 핵심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시 즉각 가동이 가능한 쉬고 있는 유정이 얼마나 되느냐가 핵심 문제라는 것이다.

5월말 현재 OPEC의 증산여력은 하루 342만배럴, 전세계 수요의 약 3.5% 수준이다. 대부분은 사우디가 갖고 있어 하루 202만배럴이다. 150만배럴 증산을 주장하는 러시아는 강한 주장과 걸맞지 않게 증산여력이 하루 15만5000배럴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23일 증산이 결정되면 당장은 석유 수급을 맞추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뜻한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올 연말, 내년으로 가면서 석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비관이 높아지고 있다.

■OPEC 증산여력 수요 3.5%

수요는 무역전쟁이 일어나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국제에너지기구(IEA) 예상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전세계 석유수요는 지금보다 하루 140만배럴 증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전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다는 가정을 전제해도 그렇다. 게다가 그동안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의 석유비축량이 수년만에 처음으로 평균을 밑돌고 있어 완충장치가 그만큼 약화됐다.

반면 공급은 차질이 예상된다. IEA는 내년말까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미국의 경제제재 재개를 앞둔 이란에서 줄어들게 될 공급 감소규모가 하루 약 15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산여력이 모두 사라지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국지적인 공급 차질에도 유가 급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당장 리비아만 해도 반군의 항만시설 공격으로 하루 100만배럴이던 산유량이 절반 줄었다. 석유 데이터업체 카이로스의 앙투완 로슈탕 사장은 "증산여력 감소가 더 큰 유가 변동성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라면서 "리비아처럼 갑작스런 생산차질이 빚어지면 유가는 곧바로 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OPEC의 감산 충격을 상쇄하는 역할을 해 온 미 셰일석유도 증산이 불투명하다. 최근 주요 유전지대에서 송유관, 자재, 노동자부족 문제로 증산이 지체되고 있다.


한편 유가는 이날 혼조세를 보였다.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시장(NYMEX)에서 7월물이 전일비 배럴당 1.15달러(1.8%) 오른 66.22달러로 상승 마감했다.
반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런던시장(ICE)에서 7월 인도분이 배럴당 0.88달러(1.17%) 내린 74.20달러에 거래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