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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주한미군 평택 시대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7:06

수정 2018.06.24 17:06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는 오는 29일 평택에서 신청사 개관식을 연다. 주한미군이 73년 만에 용산을 떠나 평택 시대를 여는 셈이다. 1945년 9월부터 주한미군이 터 잡았던 용산기지는 이제 생태공원 등으로 재개발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로써 주한미군의 역할이나 위상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주한미군의 운신 폭이 커지면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구상했던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에 대한 신속기동군으로서 활용될 여지가 커졌다는 뜻이다.
예컨대 동북아 해상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 함대를 차단하기 위해 평택기지는 미국의 입장에선 안성맞춤의 입지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유사시 한·미 연합전력 약화를 걱정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물러나면 북한의 도발 시 자동개입을 뜻하는 '인계철선'(trip wire) 기능이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한·미 군 수뇌부 모두 이를 기우라고 일축한다. 첨단무기와 지휘통신체계 발달로 "인계철선은 이미 낡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평택 시대의 차질 없는 소프트랜딩이 한·미 양국이 윈윈하는 길이다. 특히 주한미군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둥지를 틀면서 서울 여의도 넓이의 5배인 1467만7000㎡ 면적에 미군과 그 가족 4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가 만들 경제효과를 주목할 필요도 있다.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던 1960~1970년대에는 기지촌이란 말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미군 장병들의 구매력이 기지 인근 평균적 주민들에 비해 높았지만, 유흥업소를 매개로한 크고 작은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하지만 요즘 평택기지 부근에서 미군을 겨냥한 고급 렌털하우스 분양 러시를 보라. 개발연대 시절 '기지촌 경제'에 비해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변화다.

앞으로 평택 미군기지와 진행 중이거나 거론되고 있는 평택의 세계 최대 삼성 메모리반도체 공장, 고덕 국제화신도시 등 3대 개발 프로젝트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 재배치가 평택을 글로컬(세계화+지방화) 경제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로 만드는 나비효과를 부르기를 기대해 본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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