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Change]

'징진지 프로젝트' 성공땐 미래도시와 금융특구 시너지 폭발

北 개혁개방, 中 경제특구서 답을 찾다 <3·끝> 슝안+빈하이신구
징진지 프로젝트 <베이징·허베이·톈진 아우르는 메가시티 건설>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탄생한 슝안지구.. 산업·소비 등 전반에 첨단기술 접목
스마트·친환경도시 목표로 빠르게 건설중.. 북한 등 개도국에 '이정표' 역할할듯
매머드급 개발지구 꿈꾸던 빈하이신구..제조업중심 경제 한계 맞으며 위기
인접한 슝안지구와 '제로섬 게임' 극복..동북아 금융 중심지로 재도약 기대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자신의 재임기간에 남길 치적사업으로 국가급 특구나 신구 개발에 열을 올렸다. 중국 핵심지도자들이 추진한 주요 특구는 총 4개다. 덩샤오핑이 주도해 만든 선전특구는 중국의 대표적인 개혁개방의 상징이 됐으며, 장쩌민이 추진한 상하이 푸둥신구 역시 중국의 대표 금융중심지로 성공했다. 이제 나머지 2개 특구의 성패에 이목이 쏠려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천년대계'로 추진 중인 슝안신구와 후진타오가 동북지방의 금융특구로 만들겠다며 추진한 톈진의 빈하이신구가 경제특구 이슈의 최대 관심사다.

슝안신구와 톈진 빈하이신구가 함께 조명받는 이유는 두 신구의 성공 여부가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두 신구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진타오가 막강 권력인 시절 추진됐던 빈하이신구는 시진핑 주석 시대에 접어들며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 주석이 자신의 재임기간 추진 중인 슝안신구 건설이 탄력을 받으면서 빈하이신구의 성장동력이 슝안신구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이처럼 슝안신구와 빈하이신구 간 관계를 제로섬게임으로 보는 관점과 달리 파이가 확장되는 관점에서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베이징, 허베이, 톈진을 아우르는 징진지 프로젝트라는 메가시티 건설계획이 본격화될 경우 슝안과 톈진 간 관계도 제로섬게임을 극복하고 시너지 극대화에 따라 성장을 공유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향후에 슝안신구와 톈진빈하이신구란 이름은 점차 잊혀지고 징진지 프로젝트란 사업명칭만 남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슝안신구 상업지구 개발용 공사장 주변에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공사장 안쪽에는 여전히 허허벌판이며 도로 등 기초공사를 위해 트럭들이 쉴새없이 오가고 있다.

【 슝안=조창원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챙기는 슝안신구 프로젝트는 예전 경제특구들과 달리 '스마트·친환경'이라는 도시의 질적 성장 부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기존 경제특구들은 철저한 계획에 따라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상황에 따라 계획들이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슝안신구는 중국의 천년대계라는 말에 걸맞게 기본 도시 정체성을 초기부터 분명히 정하고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것이다. 이에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들도 정보기술(IT), 생명과학, 친환경에너지, 신소재 등 중국의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된다.

■기업들 사전입주 문의 급증

베이징에서 차로 2시간 달려 도착한 슝안신구 내 룽청현 주변은 온통 공사판이다. 공사판이 아닌 곳은 허허벌판이다. 그나마 이곳이 슝안신구 대역사가 벌어지는 곳임을 시가지에 들어서면서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룽청으로 빠져나와 기존 시가지에 들어서면 도로 양쪽에 2∼3층 규모 빌딩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는 슝안신구에 입주하기 위한 기업들이 미리 간판을 내걸고 있다. 부동산기획사와 투자기관들도 간판을 내걸고 입주를 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도로변 1층에 거대한 텐센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 '인터넷 공룡' 3인방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도 지난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텐센트는 지난해 9월 슝안신구에 분사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슝안신구 정부와 핀테크(금융+IT)·스마트의료 방면에서 협력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이 건물은 텐센트가 슝안신구에 입주한다는 상징성만 있을 뿐 본사 기능을 하는 곳은 아니다.

지난 4월 초 슝안신구 추진 1주년을 맞으면서 이 지역 건설도 점차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시내에 위치한 전자제품 건물 매장의 직원은 "기존에는 일반 가정용 가전제품이 많이 팔렸다면 요즘에는 기업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사무용 가전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룽청현 토박이인 직원은 "기존에 살던 터전이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사는 시점이어서 현지 원주민들 입장에선 현 상황이 그리 좋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슝안신구가 완성되면 이 지역민들도 수혜를 많이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기획사 사무실에 들어서니 슝안신구 개발 청사진을 담은 도안들이 사무실 벽을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기획사 직원은 "슝안신구에 입주하려는 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도국의 신개념 특구모델로 기대

슝안신구는 광둥성 선전경제특구와 상하이 푸둥신구에 이은 중국의 세번째 국가급 특구이다. 1단계 개발대상 면적은 100㎢이지만 장기적으로 200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서울시 면적(605㎢)의 약 3.3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동차로 슝안신구 전체를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토지를 수용한 상태다.

그러나 슝안신구 현장은 도로 등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메가도시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슝안신구 중심거점에 슝안서비스중심을 만들어 기업들의 입주 상담과 외지인들의 단체견학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십명의 중국인 단체견학단이 인근 주차장에서 내려 슝안서비스중심에 가기 위한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5분을 달려 도착한 슝안서비스중심에는 깔끔한 대규모 전시 및 행정 빌딩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슝안신구 정책홍보와 기업상담을 받는 건물 1층에는 공무원들의 상담 코너가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KOTRA 김윤희 베이징무역관은 "친환경 생태중심 도시로 만들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슝안신구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경제특구 개념과 다른 방식을 추구하는 슝안신구가 향후 개발도상국들이 참고할 만한 이정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래형 도시 건설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바라는 개발도상국들이 IT를 접목해 산업, 소비, 물류 등 전 부문을 아우르는 최첨단 스마트도시를 꿈꾸는 슝안신구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베이징 김병유 지부장은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발전을 지향하는 북한을 비롯한 후발 개도국은 가공무역 위주의 수출주도형 경제의 발전, 항만, 고속도로, 고속철 등 인프라 개발 시 기존의 경제특구에서 발생한 환경 등 여러 문제점을 직시하고 기존의 경제특구와 슝안신구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톈진 빈하이신구의 대표적 금융지구인 위지아푸 주요 거리에 금융기관들과 일반 기업들의 입주를 위한 고층건물들이 대거 들어섰다. 입주율이 기대에 못미치지만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새로운 건물이 건축중이다.

【 톈진=조창원 특파원】 중국 톈진빈하이신구가 쇠락과 재도약의 기로에 섰다. 지난 2006년 5월 톈진빈하이신구 개발 및 개방추진안이 중국 국무원에서 정식 통과되면서 중국 최대 경제특구인 상하이 푸둥신구를 능가할 거란 기대로 충만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현재 막대한 자본투입으로 연평균 17% 성장을 달성한다는 '매머드급 경제개발지구' 청사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고층건물 빼곡…경기침체 장기화

베이징에서 고속철로 약 한 시간 달려 도착한 톈진 빈하이신구내 위지아푸 금융구에는 고층건물이 즐비했다. 12년 전 공사판이던 이 지역이 현재 거대한 메가도시로 탈바꿈했다. 위지아푸 금융 중심거리 양쪽에 금융기관 입주를 위한 건물부터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스타트업들의 창업지원과 입주를 위한 건물들이 줄을 섰다. 고층건물로 빼곡히 차 있는 거리 주변에는 공사 중인 고층빌딩들이 눈에 들어왔다. 위지아푸 중심가 지하쇼핑센터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는 매장들이 꽉 찼다.

위지아푸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문화중심단지도 이 지역에 입주하는 종사자들과 주거민들을 위한 각종 문화편의시설 인프라를 갖췄다.문화중심내 들어선 도서관 1층은 탁 트인 공간내에 대형 도서관 내부를 연상케하는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홀을 갖춰 이 지역 주민들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중국판 맨해튼을 표방하며 출범하며 초호화 인프라를 구축한 이 지역내 입주율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위지아푸 금융구를 걷다보면 도시의 위용에 압도되지만 유동인구는 매우 낮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쇼핑센터내 소비자도 썰렁한 편이다. 중국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전 국무원 총리가 야심찬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톈진빈하이신구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톈진은 바다를 접한 데다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동북쪽으로 사통팔달 입지를 갖춘 덕에 경제특구 잠재력을 충분히 갖췄다. 게다가 중국 지도부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현실은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중국의 산업구조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톈진 경제가 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슝안신구 개발로 인해 톈진내 투자자본 유입이 악화된 것도 이 지역경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이 지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도한 개발투자 대비 기업입주율이 못미치면서 지방부채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톈진에 위치한 중국기업 관계자는 "빈하이신구가 톈진의 과거 모습을 뒤바꿀 만큼 개발을 주도하는 지역이었으며 이로 인해 톈진 전체의 부동산가격 급등을 끌어왔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개발속도 부진으로 톈진과 빈하이신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아 도시 전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10여년 전 빈하이신구의 국내총생산(GDP)이 상하이 푸둥신구를 넘어섰다며 파티분위기였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을씨년스러운 상황이다.


■징진지 프로젝트 후광효과 기대

제조, 첨단기술, 금융 등 백화점식으로 모든 영역을 아우르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현재 그나마 톈진 내 경쟁력 있는 업종으로는 전자상거래 교역과 항공우주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업들도 이 지역 경기 하락에 울상이다. 톈진에서 오랫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모 대표는 "한·중수교 이후 요즘이 최고의 저점을 기록 중"이라며 "경기가 안 좋고 대기업들이 고전하면서 중소협력사들도 기존 대비 생산량이 50% 가량 줄었고 예전 3000여개에 달하던 중소협력사들이 2000개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톈진빈하이신구의 동력이 바닥을 기고 있지만 미래 전망은 밝다는 기대감도 있다.


베이징 인근 슝안신구의 건설에 중국 지도부의 관심이 쏠리면서 톈진이 상대적 박탈감에 빠졌지만 베이징·톈진·허베이성을 아우르는 징진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톈진빈하이신구의 역할론이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다. 징진지내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동북지역 접근성도 유리해 동북아 경제 구심지로서 경쟁력은 변치 않았다는 것이다.

톈진한국상회 관계자는 "징진지는 베이징과 허베이 및 톈진을 아우르는 메가광역클러스터로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라며 "슝안신구에 이어 징진지 개발이 탄력을 받을 때 천혜의 지리적 요충지인 톈진도 예전에 기대했던 영광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