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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6·13 지방선거의 교훈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5 17:02

수정 2018.06.25 17:02

[fn논단] 6·13 지방선거의 교훈


6월 중순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기에 모든 언론과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분석하며 향후 정국의 향방을 예측하고 있다. 아직 탄핵의 분위기가 살아 있고, 탄핵 당한 세력들의 대응자세를 보면서 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국민의 선택은 예상을 넘어서게 냉철했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로 정치권에 대한 탄핵을 완성했다.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어 보이지만 여도 야도 아닌 모두가 탄핵됐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지난해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오랜 관습에 젖어 시대정신을 선도하지도, 쫓아가지도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탄핵이었기에 그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정치권 전체에 대해 '우리가 당신들을 탄핵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다만 책임의 경중을 표로 갈라서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놓은 것일 뿐이다.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정치권에 주문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첫 번째는 이 땅에서 전쟁의 위협을 거두어내라는 것이다. 이 땅에서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전쟁이라도 피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를 지키면서 전쟁의 위협을 거둘 방법을 찾아서 실현해 달라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싸울 수도 없으면서 적대적 대치를 끝없이 이어가는 잘못도, 핵과 전쟁을 포기한다는 어떤 담보도 없이 위협에 굴복하여 무엇이든 먼저 가져다주는 것 같은 자존심 상하는 모습도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어진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적폐청산 작업이 공감을 못 얻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간 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한 예들을 다 찾아내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게 하라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특권층이 없는 사회,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주문이 담겨 있다.

세 번째는 민주적 질서를 지키라는 요구이다. 우리 사회는 국가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질서를 무너트린 경험이 있다. 비민주적 방법으로 다수가 된 세력에 항거해 민주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비민주적일 수밖에 없는 방법들을 용인했던 흔적들을 이제는 지우라는 것이다. 서로들 당할 만큼 당해 보았으니 다수도, 소수도 횡포를 부리지 말고 합리적 토론을 통해 소수의 아픔을 고려한 다수의 결정에 승복하는, 국민 수준에 맞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탄핵 받아야 할 정치권의 책임이 대략적으로 여당에 30이, 보수야당에 70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야당은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지만 그동안 자신들만 깨닫지 못했던, 우리가 이미 선택해버린 미래가치가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70의 짐을 조금이라도 가벼이 할 길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여당은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지만 자신들만 보고 있지 못하는, 이미 구멍 나기 시작한 곳이 어디인지를 두 눈 부릅뜨고 찾아보아야 30의 짐이 90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대비할 수 있는 기회로 주어진 시간은 2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도 이대로라면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해 탄핵을 넘어 비토(veto)할지도 모른다.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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