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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경고등’] 4월 분양 137곳 중 52곳 1순위 미달.. 건설사들 ‘벼랑 끝’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5 17:07

수정 2018.06.25 17:07

건설업 체감경기 최악 지난 1년간 내내 하강국면
향후 전망도 "더 나빠질 것" 업계 "건설업 적폐로 몰아"
아직 남아있는 폭탄
美 금리 올리고 물량도 증가 보유세 개편 투자심리 위축
중소·중견 건설사 도산 위기
[한국경제 ‘경고등’] 4월 분양 137곳 중 52곳 1순위 미달.. 건설사들 ‘벼랑 끝’


"건설업은 지금 정부에서 '적폐세력'이다. 몇 년간은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없다." "최악의 위기이라는 판단하에 매달 협력업체의 자금 사정을 체크할 정도다. 언제 도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인식하고 있는 위기 수준은 숫자로 드러난 지표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택사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견건설사의 경우 업계 구조조정을 우려할 정도다.
계속되는 정부의 주택시장 압박으로 시장이 냉각기에 들어선 가운데 입주대란으로 인한 잔금회수 차질, 협력 업체 도산까지 걱정하고 있다.

■HSBI 전망치 1년 내내 하락…앞으로가 더 문제

25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SBI) 전망치가 상승국면을 의미하는 115 이상을 기록한 것은 정권 출범 직후이자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6월이 유일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 500여곳을 대상으로 사업 현황과 전망 등을 조사해 산정하는 HSBI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많은 것이고, 미만이면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15 이상은 상승국면 85 미만은 하강국면으로 해석하고, 85 이상 115 미만은 보합국면이 된다.

HSBI 전망치는 지난해 6월 121.8을 기록한 이후내내 70~80대에 머물렀다. 보합국면으로 보는 85 이상을 기록한 시기도 지난해 8월과 올 3월에 그쳤다. 이는 지난 1년간 주택사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내내 하강이었으며, 앞으로는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정부의 연이은 규제 강화로 기존 재고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부분 지역의 주택사업경기가 크게 위축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숫자로 드러나는 지표보다 사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점이다.

분양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것도 서울과 수도권 극히 일부 지역에만 해당되는 내용일 뿐 양극화는 이미 우려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서울이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높은 경쟁률이 나오며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 같지만 4월까지 분양된 137개 단지 중 1순위 미달은 52개 단지에 달한다"면서 "1순위 청약률이 0인 단지도 나올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인상, 물량 증가, 세금규제 등 리스크만 남아

향후 시장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분양 및 입주물량 증가는 주택시장에 이미 예고된 리스크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입주 시 잔금은 전체 주택금액의 30%인데 3억원으로 가정하면 가구당 1억원이다. 예정된 입주 물량이 5000가구라고만 해도 당장 들어와야 할 돈 5000억원이 안 도는 것"이라면서 "올해 준비된 분양 물량은 최대한 미루고 입주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면서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유세 개편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주택 사업 위주,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은 특히 정책의 영향이 커서 정책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 정부는 건설업 자체를 적폐로 보고 있지 않냐"면서 "가만히 몸을 낮추고 기다리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자체공사는 어렵고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좀 나와줘야 수주할 수 있는데 물량이 확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종이 많고 대부분 서민층이 종사하는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업계 불황이 가져올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유일하게 잘돼서 전체 건설업을 떠받치던 주택분야마저 무너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안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뿌리 산업은 다 말라죽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정부가 규제 정책을 갑자기 완화하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분야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라도 풀어야 한다"면서 "공공 공사비를 현실화하고 소규모 업체들이 대부분인 분양사업, 주택서비스업 등에 대해서는 규제를 없애는 등 산업을 살릴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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