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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연임 리스크'… 터키 리라가치 다시 추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6 17:00

수정 2018.06.26 17:00

'고금리 혐오자' 에르도안 통화정책에 개입 가능성
투자자 떠나며 리라 하락세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질듯
'에르도안 연임 리스크'… 터키 리라가치 다시 추락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연임이 리라를 하락세로 몰고 갔다. 장 초반 정치안정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후반들어 대통령이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간섭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로 하락 반전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리라가 지난달 같은 급락세를 재연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를 위해 금리인상을 적대시했지만 이제는 선거가 끝난 터라 더 이상 성장에 목을 매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통한 리라 안정에 나설 여지가 높아졌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리라 다시 하락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날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리라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장초반 시장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가셨다는 안도감으로 리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에르도안 집권 연장에 따른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불안,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이 압도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유럽시장에서 장 초반 3% 상승세를 보이며 약 2주만에 최고치를 보였던 리라는 미국으로 거래를 옮기면서 상승폭을 모두 까먹고 지난주말보다 0.24% 하락한 수준으로 밀렸다.

애널리스트들은 선거 이전과 같은 급격한 리라 하락세 재연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이날 장 초반 상승세 역시 새로운 흐름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신 전날 선거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시간을 두고 경제에 스며들면서 리라가 서서히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선거 기간 중 에르도안 대통령의 저금리 발언이 시장 불안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선거 기간 고금리를 '모든 악의 부모'라면서 터키중앙은행(TCMB)의 금리인상을 통한 리라 부양에 제동을 건 바 있다. 투자자들은 에르도안의 저금리 선호가 TCMB의 금리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을 우려해 리라를 내다팔았다. 에르도안의 고금리 혐오는 TCMB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억제에도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 대통령 입김으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억제되면 수입물가가 뛰고, 인플레이션 역시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 소비자물가 고공행진

터키의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이미 지난달 12.15%에 이를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리라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또 터키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부상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 폭도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외국 차입에 대한 이자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제이슨 터비는 "이번 선거에 따른 위험은 주로 장기에 걸쳐 현실화할 것"이라면서 "특히 에르도안과 집권 '정의와개발당(AKP)' 정부가 훨씬 더 느슨한 재정.통화정책을 펼 경우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의회까지 장악해 절대권력을 손에 쥔 에르도안이 선거 운동 기간의 성장우선 정책을 지속할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유연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노르데아의 모르텐 룬트 애널리스트는 "최대 관심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유연한 대응을 허용할지 여부"라면서 "지난 몇 달간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TCMB는 에르도안의 고금리 혐오 발언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다.
라보뱅크는 선거 직전 보고서에서 "AKP와 에르도안이 승리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을 계속 끌어올려야 할 유인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내각이 어떻게 구성되는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스카 엔스킬다 방켄의 신흥시장 담당 수석 전략가 페르 하마르룬트는 "터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에 메메트 심섹 현 부총리가 유임된다면 이는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고, 리라를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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