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트럼프발 보호무역 '부메랑' 맞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6 17:21

수정 2018.06.26 18:16

EU 보복관세 피하려…美 안방서 짐싸는 할리데이비슨
美, 트럼프발 보호무역 '부메랑' 맞다


【 서울·워싱턴=송경재 기자 장도선 특파원】 미국의 상징인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외국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무역전쟁의 유탄을 피하기 위한 조처다. 무역전쟁으로 미국도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주의 강화로 계속 치닫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의 기술을 훔치려는' 모든 나라들의 기술주 투자도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화된 무역전쟁 피해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주에 본사가 있는 할리데이비슨은 유럽연합(EU)의 관세부과를 피하기 위해 해외공장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할리데이비슨은 이날 규제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EU 관세에 따른) 막대한 비용 상승분을 딜러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되면 유럽 지역 사업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에 따라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EU가 수출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물린 데 대한 보복으로 EU는 22일부터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비롯한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이 미국에서 만들어 EU에 수출하는 모터사이클에는 관세가 6%에서 31%로 대폭 증가하게 됐다. 할리데이비슨은 유럽 수출품을 미국에서 해외 생산시설로 옮기려면 투자 확대 등이 뒤따라야 하고, 이를 감안할 때 최소 9개월에서 18개월 뒤에나 생산시설 이전이 완료될 것이라면서 그동안은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용증가 규모는 올 연말까지 반년간 3000만~4500만달러, 1년 전체로는 9000만~1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할리데이비슨이 트럼프 행정부의 따가운 눈초리를 예상하면서도 생산시설 이전을 결정하고 나선 것은 유럽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지난해 EU에서만 4만대 가까이 팔았다. EU 매출은 할리데이비슨 전 세계 매출의 16.5%, 미국을 제외할 경우 40%를 차지한다. 미국에 이은 2위 시장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전선 확대·심화가 미국에서도 최초로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한 생산시설 이전을 현실로 만든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철못 제조업체인 미드콘티넌트 스틸앤드와이어는 주문량이 격감한 이후 미주리주 포플러 블러프 공장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시급 10달러를 받는 근로자 60명을 지난 15일 해고했다.

■등 돌린 우방들 맹공격 채비

당초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유탄을 맞은 것 정도로 평가됐던 EU와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EU 자동차에 20%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맹방이었던 유럽도 무역전선에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임이 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전만 해도 미국과 갈등을 봉합하는 데 무게를 뒀다. 특히 수출에 사활이 달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원만한 타협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어깃장으로 G7 정상회의가 이례적인 파국을 맞으면서 EU 정상들의 생각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FT는 EU 관리들의 말을 인용, G7 파국 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EU 정상들이 트럼프에 맞설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나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로 트위터를 통해 "기업들 중 할리데이비슨이 가장 먼저 백기 투항했다는 데 놀랐다"며 회사측 결정을 비난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