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벤처캐피털, 기본부터 갖춰야


공공기관을 비롯해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민간기업도 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이력서에 출신 지역, 가족 관계, 학력, 학점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을 걷어내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평가하는 채용방식이다.

인맥, 학벌, 지역과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나라. 혁신이란 이런 곳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요구와 철벽을 쌓은 곳이 있다. 바로 벤처캐피털(VC) 업계다.

우리나라에선 VC들로부터 투자를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특정 몇몇 대학 출신이 아니고선 만나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일종의 이너서클이다. 그 벽은 너무나도 강력하다.

이너서클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이어간다. 심지어 그 아이디어나 제품이 형편없어도 말이다.

반면 학벌이 좋지 않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대표들은 VC들을 만나는 것 자체도 힘겹다.

더 큰 문제는 VC 심사역들의 태도다. 어렵사리 프레젠테이션 약속을 잡았는데도 전화 한 통 없이 약속을 파기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래 놓고선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언제나 자금을 구하는 데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벤처캐피털 업계에 종사하는 상당수 심사역들은 '갑질'을 일삼으며 애를 태우는 것을 너무나 쉽게 여긴다.

이래선 곤란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1·4분기 신규 벤처투자액은 63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54억원보다 56.6% 증가했다. 벤처펀드 신규 결성액은 99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72억원보다 46.7% 늘었다. 모태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잘해줬기에 가능한 결과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모태펀드에 역대 최대 규모인 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부어주면서 혁신벤처 생태계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VC 심사역들의 갑질 행태가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

VC들은 이제라도 '갑'이 아니라 스타트업·중소기업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VC들의 '심사능력'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기본적 '예의'부터 갖추길 기대해 본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중소기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