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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in 네덜란드④] ICO에 초대받지 못한 중국, 그리고 한국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8 09:55

수정 2018.06.28 09:55

【암스테르담(네덜란드)=허준 기자】우리나라 월드컵 국가대표팀이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2대 0 승리를 따냈지만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지난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유럽 지역 최대 블록체인 행사 중 하나인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이 개막했습니다.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블록체인 기업들이 전시 부스를 꾸리고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제품, 서비스 아이디어를 뽐냈습니다. 특히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게임부터 데이팅 서비스, 공익을 위한 폐기물 처리와 같은 친환경 프로젝트, 헬스케어 프로젝트, 이더리움이나 이오스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저마다 홍보물을 준비해서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기자로서 인상 깊었던 홍보물이 있었습니다. 유42(YOU42)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에 참여한 '유42'의 홍보물.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에 참여한 '유42'의 홍보물.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와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것이 왜 인상적이었냐고 물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우리나라에도 여럿 있죠. 그런데 왜 인상적이었을까요?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홍보물을 보겠습니다.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에 참여한 유42는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하며 중국과 한국의 참여를 제한했다.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에 참여한 유42는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하며 중국과 한국의 참여를 제한했다.
■"한국인·중국인은 우리 ICO에 참여하지 마세요!"
그렇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하면서 전세계에서 단 2개 나라는 참여를 제한했습니다. 중국, 그리고 한국입니다.

왜 그랬을지 예상은 했지만 물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42 전시부스에서 만난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ICO 참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국가의 국민들이 우리 ICO에 참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세계에서 공식적으로 ICO를 금지한 국가는 중국과 한국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거나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잠시 금지하고 있는 것일뿐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금지한걸까요? 금지한다고 해서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요. 독자분들도 알다시피 우리 기업들이 싱가포르나 스위스, 지브롤터, 홍콩 등에 법인을 세우고 다들 ICO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ICO에 투자하는 것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사실입니다. 주식처럼 의결권이 있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일각에서는 ICO를 일종의 기부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ICO라는 새로운 투자금 조달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금지한다고 해서 이런 방식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답일까요?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위험을 알려주는 것"
네덜란드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부는 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닌 이상 국민들이 하는 행동을 막지 않는다. 다만 ICO처럼 위험도가 높은 행동을 하려 한다면, 그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는데 주력한다. 그래도 그 행동을 하겠다면 그것을 정부가 막을 권한도, 이유도 없다."
어쩌면 그냥 스쳐 지나면서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 홍보물의 저 작은 문구가, 우리와는 너무 다른 네덜란드의 관계자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 하루입니다.

한가지 더. 한국이 독일에게 승리하는 이변이 벌어져 기쁩니다.
그런데 어쩌죠. 내일 저녁부터 독일 일정이 시작되는데요. 기쁨과 함께 조금 걱정도 되는 27일 밤입니다. (정부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등 독일과 관련된 블록체인 이슈가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편하게 메일이나 댓글 주세요. 꼭 알아보겠습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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