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文정부 통상정책 1년에 대한 소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8 16:57

수정 2018.06.28 16:57

[특별기고] 文정부 통상정책 1년에 대한 소회

미국과 주요 선진국 간 통상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에 이달부터 25% 관세를 부과하자 이들 국가가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WTO 제소를 추진하면서 전운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쿼터 요구를 수용한 우리나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를 제외한 모든 국가는 이제 미국의 철강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의 보호무역조치 완화 요청을 뿌리치고 철강에 이어 자동차까지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안보 침해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중국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미·중 합의를 뒤집고 6월 15일부터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전통 우방국들에까지 통상압박을 가하면서 세계경제는 시계 제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축소를 통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EU, 중국, 캐나다 등 주요 흑자국들이 높은 관세를 부과해 미국기업의 수출을 막고 있으므로 미국도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신념을 관철시킬 태세다. 더욱이 미국의 무역적자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 늘고 있어 미국의 통상압박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철강 관세면제 협상을 조기에 타결했지만 자동차에 대한 232조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이 31%에 달하고,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파급력도 철강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가 흐른 지금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미 FTA 개정협상은 성공적이었는가. 쿼터 수용으로 철강기업의 대미수출 확대 기회를 제한하고 사실상 수출자율규제를 허용함으로써 WTO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적 평가, FTA 개정과 철강 관세면제를 연계한 협상으로 불확실성 조기 해소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협상, 한·미 FTA 폐기 가능성 언급 등 어려운 협상국면에서 농산물 추가개방과 자동차 원산지규정의 강화 없이 철강관세 면제를 얻어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둘째, 232조 철강관세 면제의 대가로 쿼터를 수용한 것은 잘한 것일까. 일부는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까지 232조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쿼터를 수용함으로써 "한국은 때리면 맞는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한다. 쿼터를 받아들이는 대신 EU·일본 등과 연대해 WTO 제소나 보복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우리가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바람에 다른 나라들보다 더 나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나라를 중국산 철강 우회수출국으로 의심해 '53% 관세' 부과대상국에 포함시킨 상황에서 관세 면제가 당시 최대 현안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철강업계도 미국에 관세를 내지 않고도 안정적 물량 확보가 가능한 쿼터를 더 선호했다.
25% 관세 부과 시 우리 철강수출이 46% 감소할 것이라는 산업연구원과 철강협회의 연구 결과도 업계의 선택을 뒷받침했다.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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