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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 애플 '종전' 협력관계 더 깊어질까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8 17:26

수정 2018.06.28 17:26

7년 특허분쟁 합의로 결론 "배상금 총액 등 노코멘트"
승자 없는 분쟁하는 사이 中 스마트폰에 자리 내줘
'미래' 위해 실리 택한 듯
삼성전자 - 애플 '종전' 협력관계 더 깊어질까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분쟁을 마무리했다. 7년간 공방을 벌였지만 진정한 승자는 없었다. 오히려 중국 업체들이 따라올 빌미를 줬다는 평가다. 두 회사가 자존심 경쟁을 벌이다 이제서야 실리 챙기기에 나선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분쟁을 해결키로 합의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측은 어떤 조건으로 합의했는지는 법원 소송자료에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소송은 다시 걸지 않기로 했다.

■"애플, 배상받고도 삼성에 밀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2011년부터 법정에서 다퉜다.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해왔다.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로 깎아낸 스마트폰 및 태블릿 기본 디자인, 액정화면 테두리, 애플리케이션 배열 형태(아이콘 그리드) 등이다. 애플은 당초 10억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했고, 삼성전자가 9억30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이후 두 회사는 상급법원과 하급법원을 오가며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삼성은 5억4800만달러를 우선지급했고 추가배상액 1억4000만달러가 남아 있었다. 이번 합의로 배상금 총액은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2600억달러를 넘게 보유한 애플에 10억달러도 안되는 배상금은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외신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뉴욕타임스는 "서류상 애플이 이겼지만 삼성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4분기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애플을 앞선다. CNN은 소송을 벌인 이후 삼성이 편리한 기술로 소비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공략했다고 전했다. 빌라노바 대학의 마이클 리시 교수는 "애플이 대부분의 소송에서 이겼지만 삼성은 이후 분쟁을 피해가는 디자인으로 길을 개척했다"면서 "소비자들이 디자인 특허보다는 기술을 선호한다는 교훈을 알 수 있고, 삼성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점까지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턱밑까지 추격

정보기술(IT) 업계 두 거인이 싸우는 동안 스마트폰 시장은 급변했다. 규모는 줄고 중국 업체들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유진투자증권이 카운터포인트, SA, IDC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의 발표자료를 종합한 결과 1·4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4005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점유율은 삼성전자(23.4%), 애플(15.6%)이 1~2위를 지켰다. 그 뒤는 중국 업체가 장악했다. 샤오미(8.4%), 오포(7.2%), 비보(5.6%)를 합친 점유율은 21.2%로 이미 애플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오포와 비보가 전자업체 부부가오(BBK) 그룹 산하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애플 협력 강화하나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자 칼을 겨누면서도 전폭적인 협력이 필요한 관계다. 이 때문에 소송에서 힘을 빼기보다 실리를 찾는 방안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애플은 디스플레이 패널과 각종 스마트폰 칩셋 등을 삼성에서 구해 쓰는 게 유리하다. 대량주문을 넣어도 적시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고, 제품의 완성도 또한 높일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이자 부품 벤더인 삼성 입장에서도 애플은 거대한 고객이다. 최근 애플은 내년 출시할 아이폰 모델에 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삼성과 대만 TSMC 제품 채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애플은 한때 삼성전자와 아이폰, 아이패드용 칩을 개발했다. 하지만 법적 다툼이 커지면서 대만 TSMC와 손을 잡아왔다.
애플 입장에선 TSMC의 납품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삼성-TSMC 등 2개 이상의 벤더 체제로 가거나 삼성을 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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