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용비리 처벌, 산업계 공통규정 있어야


"장그래씨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엘리트 사원' 장백기는 '낙하산' 입사 동기에게 뼈 있는 말을 건넨다. 허탈함과 원망이 담긴 그의 한마디는 눈앞의 일개 신입을 향한 것이었을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장백기의 푸념은 현재의 위치에 서기까지 노력했던 시간들을 한순간에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 회사를 향해서였다.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오는 채용비리로 2030세대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 구직자들이 입사하고 싶은 분야로 손꼽히는 곳들이어서 파장이 더 컸다.

수년째 강원랜드 입사를 준비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청년의 이야기는 채용비리로 인한 비극의 한 단면이었다.

폐해는 '들어오지 못한 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몸담고 있는 조직이 비리의 온상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구성원도 또 다른 피해자들이다. 입사와 청춘을 맞바꾼 이들에게 뒷문으로 쉽게 들어온 부정입사자들은 지난 시간들의 값어치를 떨어뜨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가 무색한 순간이다.

제때 예방하지 못했다면 사후 대처라도 잘해야 한다. 내·외부의 청탁에 힘없이 뚫려버린 채용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연루된 책임자들을 명명백백 밝혀내야 한다. 무엇보다 부정입사자 정리가 급선무다. 이들을 방치하는 건 채용비리의 썩은 고름을 그대로 내버려두겠다는 뜻이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이미 채용절차를 마무리 지은 직원들을 되돌려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관련 규정을 위반할 여지가 있고, 당사자들의 반발도 거셀 것이다. 강원랜드 채용취소자들은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며 복직을 요구하기도 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각 은행들도 뒤늦게 퇴출규정을 정비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처가 즉각 이뤄지지 못한다는 건 결국 그동안 이런 폐습에 둔감했다는 방증이다. 눈앞의 부정에 눈감고, 입을 닫아야만 했던 조직원의 상실감도 서서히 무뎌졌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런 암 덩어리와 함께 살 순 없는 일이다. 도려낼 건 도려내야 한다. 채용비리 연루자 퇴출이 논란조차 되지 않도록 전 산업분야의 공통된 관련규정 명문화가 시급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