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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약 4년만에 74달러 돌파…내년 봄 90달러 간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9 15:02

수정 2018.06.29 15:02

서부텍사스산 유가 추이. 자료=월스트리트저널
서부텍사스산 유가 추이. 자료=월스트리트저널
국제유가가 3년7개월만에 배럴당 74달러를 돌파했다. 이란 석유수입이 금지되면 90달러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세계 석유수요가 늘고 공급여력은 빠듯해진 상태에서 이란 석유금수 조처에 따른 부족분을 메울 방법이 없어 유가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프론티어 시장 리서치 책임자 후탄 야자리는 28일(현지시간) CNBC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석유수출 금지 조처가 지속되면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4일부터 모든 국가가 이란산 석유는 단 한 방울도 수입해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어기면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야자리는 “유가에 매우 매력적인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면서 “메릴린치는 유가가 내년 2.4분기 말에는 배럴당 90달러를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이날 혼조세를 보였다.

캐나다의 석유 공급이 줄어든데다 석유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미국유가는 뛴 반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뉴욕시장(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69센트(0.95%) 상승한 73.45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74.0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2014년 11월 이후 3년 7개월만에 최고수준이다.

런던시장(ICE)에서는 브렌트유 8월물이 2센트(0.03%) 밀린 배럴당 77.60달러에 거래됐다.

메릴린치의 야자리는 “석유시장은 전세계 곳곳에서 가시적인 석유공급 차질이 빚어지는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고립시키고, 동맹들에 이란 석유를 사지 말라며 꽤나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가 상승은 이례적이다.

지난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10개 산유국들이 증산을 결정했음에도 유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NN머니에 따르면 유가는 지난 1주일간 13% 급등했다.

하루 110만배럴 증산을 약속했지만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이 거의 없는데다 사우디가 증산을 주도하면 증산여력이 고갈돼 미래 위기에 석유추가 공급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컨설팅업체 라피단 에너지그룹의 밥 맥낼리 사장은 “사우디가 홍수조절에 쓰는 수문을 열어제쳤다”면서 “이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석유시장에 여력이 없어졌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OPEC 감산의 대항마 역할을 했던 미 셰일석유도 추가 생산여력이 없다. 주요 유전지대인 퍼미안분지 석유업체들이 인력난, 송유관 부족, 물자부족에 시달리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주요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가 지난주 정전 사태로 석유 생산을 제대로 못하면서 최대 하루 36만배럴 줄었다. 석유생산 정상화는 최소 8월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세계 5위 산유국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재개를 밀어붙이고 있고, 미 국무부는 11월 4일부터는 모든 나라가 이란산 석유를 수입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일부 국가들에 예외가 적용됐던 것과 다르다.

BP 캐피털펀드 어드바이저스의 벤 쿡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고유가(를 힐난하는) 트윗을 올린 뒤 이란 제재를 강행하면서 유가가 오르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는 없다”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쿡은 “어느 곳에선가 석유가 공급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애스펙츠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사우디는 이란으로부터의 공급 손실에 관해 실제로 우려하고 있고, 아마도 공황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에 따른 결과는 유가 급등”이라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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