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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경기지표] 수출 늘었지만 소비·투자 동반하락.. 실물경기 잇단 '경고음'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9 17:36

수정 2018.06.29 17:49

통계청 '5월 산업활동동향' 차·음식료품 소비 줄면서 소매판매 두달 연속 감소
반도체·운송장비 투자 둔화 설비투자 전월대비 3.2%↓
[불안한 경기지표] 수출 늘었지만 소비·투자 동반하락.. 실물경기 잇단 '경고음'


국내 실물경기에 잇따라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 기대 전체 산업생산은 두 달째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고용부진, 반도체 장비투자 둔화, 부동산 침체 등의 여파로 내수와 투자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통상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수출 호조에도 소비·투자는 뒷걸음질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전 산업생산 지수는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전 산업 생산지수는 지난 4월 석 달 만에 1.5% 증가한 이래 2개월 연속 증가세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7.0%) 등에서 감소했지만 자동차(5.5%), 통신·방송장비(30.3%) 등에서 늘어나며 전달보다 1.1%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5%포인트 상승한 73.9%로 집계됐다. 서비스업 생산은 0.1% 감소했다. 보건·사회복지(0.9%) 등에서 증가한 반면 정보통신(-2.2%)에서 줄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4월보다 1.0% 줄었다. 4월(-0.9%)에 이은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의복 등 준내구재(2.8%)는 증가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3.3%),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는 줄어들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제조용 특수산업기계의 둔화와 운송장비 감소 등으로 전달보다 3.2% 감소했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2.2% 떨어졌다. 토목(2.6%)에서 증가했지만 건축(-3.7%) 등 공사실적이 떨어졌다.

[불안한 경기지표] 수출 늘었지만 소비·투자 동반하락.. 실물경기 잇단 '경고음'


■미·중 무역갈등에 기업 체감경기 급락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크게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4~21일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달 전체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보다 1포인트 하락한 80을 기록했다.

BSI는 기업들이 실제 체감하는 경기지수로 기준치인 100 이하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100 이상이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BSI는 1월 78에서 2~3월 77로 떨어지다 4월(79)과 5월(81)에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인 바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가 기업체감경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업황 BSI는 2포인트 상승한 80을 나타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부진 우려로 화학제품 BSI(102)가 6포인트 내려간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 덕에 전자영상통신장비(89)는 11포인트 상승했고, 1차금속(74)도 7포인트 올랐다.

제조업과 달리 비제조업 업황 BSI는 4포인트 떨어진 80을 기록했다. 미국의 수입규제에 따른 철강 제품 거래 둔화 우려로 도소매업(79)에서 9포인트 하락했고, 운수업(79)도 11포인트 급락했다.

향후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음 달 업황전망 BSI도 한 달 전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무역전쟁이 기대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기업 체감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체감경기도 크게 악화됐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매출액 기준 주요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월 BSI 전망치는 90.7에 머물렀다. 6월 전망치(95.2)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2월(87.7)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다.

기업들은 부정적 경기전망을 한 주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내수부진, 주 52시간 근무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을 꼽았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환율이 원화약세로 돌아서면서 수출 경쟁력이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로 수출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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