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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기 꺼져가는데 부자증세 괜찮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3 17:11

수정 2018.07.03 17:11

종부세·금융소득세 높여.. 시기도 적절한지 살펴야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종부세 개편 권고안을 내놓았다.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함께 올리는 방안(3안)이 채택됐다. 세율을 0.5~2%에서 0.5~2.5%로 높이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연 5%포인트씩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올린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추가 과세는 채택하지 않았다.

조세저항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세수효과가 작지는 않다.
특위의 분석에 따르면 권고안대로 시행할 경우 34만6000명이 연간 1조1000억원을 더 내게 된다. 종부세 기존 징수액이 1조5000억원(2016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70% 정도가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공시지가 현실화까지 가세하면 세부담은 더 무거워진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범위도 연간 20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연간소득이 1억원인 경우 세율이 15.4%에서 35%로 높아진다. 세수효과를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원칙에 비춰보면 종부세 인상은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인상폭과 시기가 적절한가에 있다. 올 들어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31만명 수준이었던 취업자 증가폭이 7만2000명으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고용 부진에서 시작된 이상기류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3개월 연속 줄었고, 소비도 두 달째 감소세다. 활력소가 됐던 수출은 지난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설경기 위축도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대책을 남발했다. 그 결과 투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기는 했지만 건설경기 침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세계 무역전쟁이 임계치를 넘었다. 특히 미.중, 미.유럽연합(EU) 간에 격화되고 있는 관세보복은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한.미 간 금리차가 이미 역전된 상태여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하반기에 우리 경제는 곳곳에 악재가 널려 있다.
증세까지 겹치면 경제는 자칫 회복하기 어려운 침체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계층이 서민들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정부는 특위의 권고안 가운데 무리한 부분이 없는지 더 꼼꼼히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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