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와인은 대화로 이끌어가는 술… 우리 사회를 바꿀수 있죠"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3 17:41

수정 2018.07.03 21:46

와인 시음회 '미니 와인 디스커버리' 연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유럽 와이너리 찾을때마다 와인의 전통 느낄 수 있어
한국은 편의점 판매 성장세..와인 문화의 저변 넓혀
와인축제 '와인 디스커버리' 여는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와인축제 '와인 디스커버리' 여는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청담동에서 '나라셀라 미니 와인 디스커버리'를 개최하고 자사 와인들을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서동일 기자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청담동에서 '나라셀라 미니 와인 디스커버리'를 개최하고 자사 와인들을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서동일 기자


내년 1000만병 판매 돌파를 눈 앞에 둬 국민 와인으로 불리는 '몬테스 알파' 수입 유통사인 나라셀라의 마승철 회장(59)은 최근 2주간 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프랑스의 유명 와인 생산지인 론과 까오르, 부르고뉴와 상파뉴를 거쳐 이태리 지역의 끼안티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 유명 와이너리(포조주 양조장)의 와인을 맛보고 직접 체험했다. 짧은 기간동안 5곳 이상의 지역을 방문하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마 회장은 적어도 일년에 세 번 이상 이 같은 와인 및 주류 탐방 출장을 다녀온다. 와이너리에 직접 방문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명은 글로 읽는 것 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마 회장은 출장 직후인 지난달 26일 서울 청담동에서 나라셀라가 그동안 론칭한 와인들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나라셀라 미니 와인 디스커버리'를 열었다. 디스커버리 행사는 5년에 한 번 나라셀라가 가진 모든 와인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최근 나라셀라의 신규 론칭 와인이 대폭 늘어나면서 비정기적인 콘셉트의 미니 디스커버리 행사를 개최했다.파이낸셜뉴스는 이날 행사장에서 마 회장을 만나 와인 투어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유럽의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한 마 회장은 "와이너리가 풍기는 전통과 역사를 느끼고 나니 사람들이 왜 특정 와인을 좋아하는지 느낄수 있어 더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마 회장은 "유럽의 와이너리 방문과 함께 중세시대의 성에서 직접 숙식도 하면서 유럽 전통 와인을 체험했다"면서 "2주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와이너리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체험하면서 큰 성과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와인은 문화를 마시는 주류

마 회장이 해외 와인탐방에 직접 나서는 이유는 바로 현지의 와인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와인속에 담긴 맛과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마 회장은 조직문화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도 와인이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마 회장은 "소주, 맥주와 달리 와인은 대화하고 이야기나눌 수 있는 술"이라며 "와인을 통해 수평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뀌는 경험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또 앞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책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1997년 대한항공 추락 사건을 예를 들어 얘기했다.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괌 추락 사건의 원인이 조종실 내의 권위주의적인 문화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바른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탑다운 문화가 다양한 의견을 가로막는다"며 "와인은 천천히 마시면서 대화하는 술이기 때문에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커질수록 대화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문화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와인은 여전히 대표적인 주류가 아니다. 아직 한국의 와인 음용량은 중국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1인당 1년에 한 병 정도인데 반해 중국은 2병, 일본은 4명, 미국은 40~50병 수준이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 가장 좋은 도구로 마 회장은 바로 와인을 꼽았다. 마 회장은 "중국은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상대적으로 쉬운데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다"며 "소주와 양주의 탑다운 주류문화에서 벗어나 이제는 생각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와인 문화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화적 변화를 뒷받침해줄만한 뚜렷한 변화도 생겼다. 와인을 주로 판매하는 유통채널이 와인샵에서 백화점과 마트, 나아가 편의점으로까지 확대되며 점점 더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라셀라는 각 유통채널마다 공급 비중을 골고루 뒀다. 소비자들의 80%가 마트에서 와인을 사고 있지만 아직 마트 공급은 적은 편이라 강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매년 매출이 30%씩 성장하는 편의점 시장에도 꾸준히 브랜드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대기업 진출로 와인시장 혼란

와인업계는 잠재성이 무궁무진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최근 중소수입사의 부도, 국내 1위 와인수입사의 경영권 매각 등 업계는 큰 변화를 겪어왔다.

마 회장은 대형 유통사들의 와인 수입 사업 진출 확대가 기존 수입사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 부분이 있다고 본다. 마 회장은 "막강한 자본이 뒷받침된 대형 유통사들과 기존 수입사들간의 건전한 경쟁 관계가 마련되지 않아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계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라셀라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하게 정리해 온 브랜드들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동아원으로부터 국내 3대 수입와인 유통업체를 인수했다. 곧 바로 나라셀라가 가지고 있던 와인포트폴리오를 정비했다.

줄일 건 줄이고, 버릴건 과감히 버렸다. 2017년 7월 서울 문정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고 난 이후엔 '고객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캐주얼한 와인들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까지 공격적으로 새로운 와인을 론칭했다.

마 회장은 "동아원 인수 이후 그동안 새로운 나라셀라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마 회장이 생각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첫 번째는 '나라셀라가 가진 핵심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 회장은 "가장 먼저 가져야할 핵심역량은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나라셀라가 최근 공격적인 브랜드 론칭을 시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음은 유통채널의 다양화, 그리고 뛰어난 인재다.


마 회장은 이어 핵심역량을 지니기 위해 나라셀라가 지향해야하는 네가지 핵심가치를 설명했다. 바로 리스펙트(존중), 이노베이션(혁신), 스피드(속도), 엑설런스(탁월함)이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면 안 된다"고 강조한 마 회장은 이 네가지 가치를 토대로 나라셀라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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