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합산규제 일몰 답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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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되면서 규제 공백기 상황이 발생했다. 합산규제란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지난달 27일까지 연장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일몰 수순을 밟았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입법 됐다. 대규모 자본을 갖춘 인터넷(IP)TV·위성방송 사업자가 급격하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만들어낸 법안이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합산규제는 입법 당시 3년 일몰로 하되 추이를 지켜본 뒤 다시금 논의를 하기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합의를 했다. 하지만 3년이란 시간 동안 합산규제 일몰 여부에 대한 논의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합산규제 일몰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국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뒤늦게 야권 의원들이 합산규제 연장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규제 공백 상태는 여전하다.

1차적 원인을 국회에서 찾을 수 있지만, 합산규가 일몰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던 정부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유료방송시장 진흥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합산규제 일몰에 대비해 지난해 연구반을 가동했지만 보고서 조차 내놓지 못했다. 연구반 역할이 결론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결과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합산규제 관련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책 연구를 맡겼다. 하지만 KISDI가 수행한 연구 결과 역시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연구용역을 맡겼는데,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는 것이다. 세금만 허공에 뿌린 셈이다.

과기정통부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데는 처음부터 합산규제를 연장할 뜻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가 최근 공개한 '2018년도 성과관리 시행계획'에 따르면 유료방송산업 발전과 이용자 후생 제고를 위해 지분 소유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6월 중 유료방송시장 내 유일한 이종 간 소유제한인 위성방송사의 종합유선방송(SO) 지분 소유를 33%로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표현만 다르게 했지 합산규제 일몰을 가만히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케이블TV업계가 아우성을 쳐봐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과기정통부가 왜 연구반을 가동하고, KISDI에 연구용역까지 줬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우리 모두 농락당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