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생명권 강조', 낙태죄·사형제 존폐 영향받나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소송 공개변론이 있었던 지난 5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낙태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생명권 논쟁의 최전선에 있는 사형제와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관련 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과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생명권이 사형제와 낙태죄 존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주목된다.

■태아 생명권 vs 임산부 생명권
여성단체들은 낙태죄가 임산부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생명과 직결되기에 임산부 보호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헌재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크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노새 활동가는 “더 이상은 낙태죄 폐지 논란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간의 대립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낙태죄가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중절수술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루마니아에서는 낙태금지법 시행 기간 동안 불법 중절수술이 공공연히 이뤄지자 임산부 사망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위험한 불법 중절수술을 받아야 하는 여성의 생명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낙태죄는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태아뿐만 아니라 여성을 위해서라도 임신중절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은 “한 살짜리 영아는 생명이고 출산 전 24주차 태아 낙태가 가능하다는 건 명백한 차별 대우”라며 “인간의 생명은 기간제가 아니다. 태아는 수정될 때부터 인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낙태수술은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좋지 않다”며 “국가는 낙태죄 폐지가 아니라 피임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예전보다 더 나은 보육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태섭 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등 주최로 열린 세계인권선언 70주년·파리원칙 25주년 기념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성호 인권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사형제 모라토리엄' 추진 중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사법 제도를 통해 범죄자에 보복을 가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사형수가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죄를 지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이 제도를 통해 다른 인간 생명을 빼앗는 건 다른 문제”라며 “사적 보복 감정만으로 사형제를 유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방식이 아니라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사형제가 과거 정권 입맛에 따라 ‘살인 도구’처럼 악용된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희 정권 시절 사법부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 관련자 8명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지 20시간 만에 집행한 사례는 대표적 ‘사법살인’으로 지적돼 왔다. 오영중 서울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은 “법원의 판단이 항상 옳을 수 없고, 시대에 따라 정권마다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걸 역사를 통해 배워왔다”며 “사형제도는 사법부를 통한 합법 살인이란 점에서 매우 비윤리적 제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사형제를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8%가 사형 집행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대학원생 김모씨(29)는 "범죄 피해자 인권은 없고 가해자 인권만 있냐"며 "다른 사람 생명권을 침해한 사람에게 생명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분을 사는 범죄 피의자가 검거되면 사형 집행 여론은 더욱 높아진다. 지난 2월 이영학 재판에 참석한 피해 여중생 아버지는 재판부에 "사형 판결뿐 아니라 집행까지 반드시 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준엄한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우리사회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한다"며 사회 정의를 언급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