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Money & Money]젊지만 일할 곳 없는 은퇴 체육인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8 16:34

수정 2018.07.08 17:08

매년 젊은선수 1만명 은퇴.. 무직자 비율은 무려 35%
스포츠업계 고용환경 열악, 일반기업 업무지식은 부족
은퇴전 이직 위한 교육 시급
#. 운동선수를 하다가 3년 전 은퇴한 A씨(31)는 최근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못하고 실업팀을 전전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3년 전 은퇴를 했다. 은퇴 이후 지역 복지센터와 유소년 스포츠교실 등에서 코치로 활동했지만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일반 기업 취직을 결심했다. 그러나 평생 운동만 해 온 A씨는 워드와 엑셀 등 기본적인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할 줄 몰라 애를 먹고 있다. A씨는 "다른 대졸 구직자는 기본적인 사무기술이 있지만, 우리 같은 은퇴선수들은 학원에 몇 달을 배워야 겨우 소프트웨어를 만질 수 있다"며 "엘리트 체육인 출신이면 은퇴 후 어떻게건 먹고 살 수 있다지만, 일반 운동선수 출신들은 살 길이 참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Money & Money]젊지만 일할 곳 없는 은퇴 체육인들

온 나라가 걱정하는 청년 취업에, 사각지대까지 나오고 있다.
은퇴 체육인들의 재취업 문제다.

은퇴 체육인은 젊은 나이에 은퇴해서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하지만, 스포츠 관련 시장은 고용 환경이 열악하고 일반 기업에 취직하기엔 분야가 너무 달라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 등에서 은퇴 체육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자 발 벗고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매년 1만명씩 나오는 은퇴선수, 무직 비율은 35%

8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20세 이상 39세 이하 은퇴선수는 해마다 약 1만명씩 쏟아져 나온다. 지난 2008년부터 집계한 은퇴선수는 10만4755명. 이마저도 정확한 통계라 부를 순 없다.

대한체육회 고용역량분과위원을 맡았던 한 대학 교수는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대한체육회가 은퇴선수라는 명칭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선수들은 대한체육회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지난 3년 동안 등록에서 빠진 선수를 은퇴한 것으로 간주하고 은퇴선수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은퇴선수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분야는 스포츠 관련 업계(22.7%)다. 그러나 스포츠 업계는 대부분 파견직이나 비정규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다.

눈에 띄는 수치는 무직자 비율이다. 무려 35%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청년실업률(10.5%)과 체감 청년실업률(23.2%)이 오히려 낮아 보인다.

대한체육회 은퇴선수진로지원센터 관계자는 "전직 엘리트 선수 출신도 학교 체육교사로 여러 군데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며 "상당수 체육인이 희망하는 시도 체육회 자리는 '하늘에 별 따기'"라고 전한다.

■"잠재력 큰 인재들… 맞춤형 지원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은퇴 체육인 재취업문제를, 일반 청년취업이나 일반 퇴직자의 재취업과 같은 맥락으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윤재 숭실대 교수는 "은퇴 체육인들이 제조업체나 IT업체 등 일반 기업에 가고 싶어도 기본 역량이 안 돼 지원조차 꺼리고 있다"며 "이들은 어린 나이 때부터 운동만 해 신체는 건강한데 기업이 요구하는 기본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만나 본 많은 은퇴 체육인들은 "일반기업에서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 내용을 파악하기도 힘들었고, 문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조차 몰라서 힘들었다"고 전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 퇴직한 근로자는 50대이지만, 은퇴 체육인은 20~30대"라며 "일반적인 퇴직 지원 프로그램과는 설계부터 달라야 한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은퇴 전에 전직을 위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해지고 있는 은퇴 체육인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기홍 대한체육회장은 취임 전부터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적극적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육회 뿐 아니라, 대학이나 지자체 등에서도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지만 관심 조차 갖고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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