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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때리는 진짜 속내는.. 5G 주도권 잡기위한 ‘견제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8 17:02

수정 2018.07.08 17:02

무인車 등 결합된 핵심기술 中 ZTE 등 무서운 성장세
퀄컴·인텔의 美 한발 뒤져 中 주파수 통제로 경쟁력 ↑
美, 中 때리는 진짜 속내는.. 5G 주도권 잡기위한 ‘견제구’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주요 동기 가운데 하나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라고 CNBC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5G는 앞으로 수년 내에 수십억대의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부터 스마트시티, 무인자동차에 이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이다.

CNBC는 5G 기술이 미국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핵심이고, 중국으로서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을 충족시켜줄 기술이어서 미·중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라고 전했다.

수조달러의 잠재적 가치가 있는 5G 기술에서 중국이 앞서가면서 미국이 판을 뒤엎기 위해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 무역전쟁의 본질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5G기술 수십조달러 경제적 가치

5G 국제기준은 지난해 12월 만들어졌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 통신업체 리바다 네트웍스의 데클란 갠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5G 장비부문은 중국 ZTE·화웨이와 노키아·에릭슨 같은 유럽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고 여기에 퀄컴·인텔 같은 미 반도체 업체, 이동통신사들이 뒤따라 가는 모양새라면서 이게 무역전쟁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갠리는 미·중 무역전쟁 주요 동인 가운데 하나인 5G 주도권 다툼은 "누가 5G 모델, 설계, 어젠다를 규정하고 통제하느냐에 관한 것"이라면서 "5G는 사이버 영역의 (경쟁 없는) 블루오션, 그것도 심해"라고 덧붙였다.

5G 기술은 수조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분석으로는 2035년이 되면 5G가 전 세계에서 12조3000억달러어치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미국의 무역전쟁은 이 판을 뒤집어 중국의 우위를 저지하고 미 업체들이 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벌게 해준다.

기술개발과 특허권에서 중국 업체들은 미국 기업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기 시작했다. 유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전년비 특허신청은 13.4% 증가한 반면 미 기업들의 특허신청은 고작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화웨이와 ZTE는 세계 최대 특허신청 기업들로서, 중국 기업들이 특허권을 바탕으로 기술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5G에서 중국이 두각을 보이는 것은 주파수 배분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나 서방의 경우 주파수 경매를 통해 가장 높은 값을 부른 업체에 좋은 주파수대가 배정된다.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높은 입찰가와 이후 기술경쟁력 약화를 부른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영국 외무 "5G 선점 중국 승리" 유럽도 경계

엄청난 금액을 주파수 경매에 쏟아부은 뒤에는 자금이 달려 기술개발 여력이 별로 남지 않고, 결국 기술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이통통신 업체들은 2~3개 국영 이동통신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정부가 이들 업체에 주파수를 배정하는 톱다운 방식이어서 중국 업체들은 막대한 주파수 경매비용을 투자로 돌릴 수 있다.

리바다 네트웍스의 갠리는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운용과 투자를 지속할 수가 있고, 덕분에 5G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미 업체들을 제치고 이 부문에서 우위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유럽, 미국 통신업체들은 자금난 등으로 고사하겠지만 중국은 앞으로 수년간은 내수시장에서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의 최근 발언은 중국의 5G 시장 부상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잘 드러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외무장관은 "중국이 승리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5G를 선점했고, 길을 찾았다"면서 "모두가 미국이 아닌 중국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장비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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