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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우리 철도, 유라시아로 이어지려면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8 17:08

수정 2018.07.08 17:08

[차관칼럼] 우리 철도, 유라시아로 이어지려면


1899년 9월 18일 독립신문은 고요했던 조선에 철마가 달리기 시작한 날의 모습을 이렇게 알렸다. "화륜거 구르는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내다보니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그로부터 119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철도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은 불과 시속 30㎞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고속철도가 개통된 지금은 시속 300㎞가 국민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속도가 됐다. 총 5100㎞, 전국 83개 노선의 철도는 하루 평균 1000만명, 연간 40억명을 태우고 우리 국토 곳곳을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고 있다.

특히 지난겨울 우리는 평창을 찾은 세계인들에게 한국형 철도기술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평창올림픽의 대표 유산으로 KTX를 꼽을 정도였으니, 대한민국이 가진 우수한 철도기술과 운영 능력을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알린 셈이다.


더불어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렸고, 이런 남북의 화해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에는 북한의 지지를 받으며 우리나라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회원국이 됐다. 2주 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는 남북철도협력 분과회의가 열렸다. 2008년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회의가 개최된 지 꼭 10년 만의 일이다. 남북 대표단이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는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남북 철도연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철도산업 앞에 놓인 시대적 사명과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전환점에서 무작정 앞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우리 앞에 산적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며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내실을 먼저 다지고자 한다. 기본이 바로 서면 앞으로 나아갈 길 또한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먼저 지난 10년 동안 이용객 수가 2배나 증가한 고속철도 개선이 급선무다. 하루 동안 운행 가능한 열차대수를 가리켜 '선로용량'이라고 하는데, 이 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른 구간마다 상습적 정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급행열차가 다니는 노선에 완행열차까지 같이 다니고 있으니 속도는 떨어지고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커지고 있다. 다음으로 수도권의 극심한 교통난 해결도 중요한 과제다. 대도심에서 시속 100㎞ 이상으로 운행할 수 있는 GTX가 건설되면 수도권 교통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나, 지나친 내부규제와 복잡한 절차로 인해 사업이 제안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첫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또한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의 연계가 미흡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간 정부에서는 연계교통 활성화를 위해 교통결절점에 광역환승센터나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해 왔으나, 철도역은 교통결절점보다 사업 추진이 용이한 위치에 설치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따라서 철도를 이용해 역에 도착해도 버스나 지하철 등으로 환승하기 불편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환승센터를 설치하고도 환승을 불편하게 해놓으니 대중교통 활성화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원인으로 철도가 단절된 구간(Missing-link)에 대한 연결사업도 시급하다. 더 촘촘하며 안전한 철도망을 갖췄을 때 '연결'의 효율성도 높아지는 법이다. 앞서 언급한 동해선도 현재 강릉 이북구간은 군사분계선 인근의 제진까지 단절구간으로 남아있다.


정부는 철도망의 골격을 제대로 갖추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철도서비스가 곧장 필요한 지역부터 철도시설을 확충해 가면서 국민이 안심하고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제센터 기능 보강과 추가 설립,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활용한 철도안전시스템 도입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교통편의와 안전이 바탕이 된 내실이 갖춰진다면 향후 남북관계가 진전됐을 때 우리 철도가 두만강을 넘어 유라시아 네트워크화될 것이라는 구상은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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