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북미 비핵화 신경전] 北, 폼페이오 돌아간 후 막말.. '비핵화' 회의론 갈수록 증폭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8 17:30

수정 2018.07.08 17:30

美 "과잉대응할 필요없어, 전형적인 협상 스타일"
일각 "비핵화 의지 의심"
미국 내에서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해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오자 북한 비핵화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합의 없이 거친 비난만 늘어놓은 북한의 태도가 오래된 버릇이라며 과잉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봤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 자체가 의심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평양에 도착해 이틀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동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7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양측이 "생산적이고 선의의 협상을 했다"고 말했으나 북한 외무성은 그가 떠난 지 몇 시간 뒤 담화를 내고 "미국이 강도 같은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며 유감이라고 밝혔다.

■'막말'은 북한 버릇

몇몇 미국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북한의 거친 언사에 놀라지도 않았고, 걱정스럽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동안 미국과 소통창구를 여는 등 미국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면서 이 정도 거친 반응은 그가 북한 지도자로 보여야 할 '마지막 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과 억류 미국인 석방협상에 참여했던 빌 리처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판돈을 올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깎아내리고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고, 매우 대가가 클 것이며 내놓을 것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창립자인 마이크 앨런의 칼럼을 통해 비핵화 실무협상이 1년 안에 끝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앨런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그가 몹시 싫어하는 단기적인 후퇴와 모욕감을 참을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단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 비핵화 검정을 위한 실무그룹 구성에는 합의했으며 6.25전쟁 당시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유해송환에 대한 협의는 오는 12일 미국 국방부의 주도로 다시 열릴 예정이다.

■미국 뜻대로 비핵화 어려워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 내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이 올해 3번째이자 처음으로 이틀간 방문인 만큼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시간표 같은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WP에 "평양에서의 협상이 잘 안 된 것이 확실하다"면서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비핵화 의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움직임을 일부 요구한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아주 나쁜 신호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은 미국이 완전히 기대를 낮추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를 수 없는 법"이라며 "추가 고위급 회담에 대한 약속도 없이 오직 실무회담에 관한 이야기만 있었으며 그마저도 별로 얻은 게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NYT는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고 북한에 너무 많은 압박을 풀어줬다는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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