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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2년간 진통끝 '소프트 브렉시트'로 정부안 합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8 17:47

수정 2018.07.08 17:47

메이, 당내 갈등 일단 봉합 英재계 '좋은 출발점' 환영
EU원칙인 '솅겐조약' 위배 10월 최종 협상시 난항 예고
테리사 메이 英총리 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英총리 EPA연합뉴스


영국이 마침내 기업친화적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방안을 만들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 방안을 신속히 EU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방안에는 EU의 원칙을 거스르는 조항들이 일부 있어 EU와 협상에서 또 한차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CNN머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약 2년에 걸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일단 정부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EU 강경파와 친 EU파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EU와 협상이 남아있지만 최소한 영국 정부의 입장은 '하드 브렉시트'를 배제한 충격을 줄이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굳어졌음이 확인됐다.


■EU에 자유무역지대 설치 제안

이날 영국 정부가 발표한 브렉시트 방안에 따르면 영국은 EU에 자유무역지대 설치를 제안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지금처럼 EU와 영국간 공산품.농산물 교역이 아무런 지연 없이 신속히 이뤄지게 된다. 대신 영국은 재화와 관련한 EU 법.규정을 준수한다. 또 EU 대법원의 판결도 제한적으로 영국에서 효력을 갖게 된다.

아울러 향후 관세협정을 통해 EU가 영국 물품에서 거둬들일 관세를 영국이 대신 징수토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영국이 자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각종 무역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가지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EU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또 협상안을 발표하면서 영국 경제의 핵심인 금융.서비스 산업은 브렉시트 이후 EU 시장 접근에 일부 제한을 받을 것임을 시인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번 제안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거두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메이 총리가 이전에 추구하던 것에 비해 EU와 협력을 훨씬 긴밀히 하는 타협안이라고 강조했다.

■ 영국 재계 환영..협상 10월까지 마무리

유럽과 깨끗이 갈라서는 것을 원하는 집권 보수당 내 반EU파들은 정부안에 반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국 재계는 일단 환영했다. 영국 최대 재계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이번 방안을 환영했다.

캐롤린 페어번 CBI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정부안은 신뢰를 끌어올리는 진정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영국, 유럽,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영국 정부의 불확실한 브렉시트 방안에 대해 오랫동안 불만을 터뜨려왔다. 영국 정부안이 가까스로 나왔지만 EU와 협상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조항들이 EU 원칙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EU는 역내 자유로운 노동력.주거의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준수하는 나라에만 완전한 시장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이민을 규제하는 대신 모호한 '이동성 프레임'으로 대체하려는 메이 총리의 원칙과 충돌한다.

영국 통상 관료 출신인 데이비드 헤니그 유럽 국제경제연구소(ECIPE) 소장은 이번 방안이 "영국 정부에서 나온 헛소리가 아닐까 의심스럽다"면서 "기본적으로 영국 정부는 이전의 말만 바꿨을 뿐 접근은 그대로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정부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CBI의 페어번 사무총장은 "영국이 이 같은 입장에 도달하는데 2년이 걸렸다"면서 "이제는 유럽과 2개월 안에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럽과 영국은 내년 3월 예정인 브렉시트에 앞서 오는 10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후세부사항들이 조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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