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록 칼럼]

저출산 대책, 가족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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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육 양립 어려워 출산 포기.. 맞벌이부부 자녀 육아 고통 커
정부 정책 가족중심 전환해야

A는 맞벌이 부부다. 결혼 10년차다. 8세 딸과 돌을 앞둔 아들이 있다. 일이 힘들고 아이 키우기도 쉽지 않아 한 명만 낳기로 자녀계획을 세웠다가 뒤늦게 둘째가 생겼다. 지금 이 가족은 누가 봐도 행복하다. 모두가 부러워한다.

그런데 A부부의 지난 10년을 보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만큼 행복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공직에 있는 A가 남편과 아이, 한가족이 모여 산 기간은 3년도 안 된다. 서울 발령이 나서야 모두 모였다. 그것도 친정어머니가 지방에서 올라와 아이를 돌봐줬기에 가능했다. 그 대신 손주 돌보미가 된 친정 부모들은 이산가족이 됐다.

주말부부로 첫애를 낳자 친정에 맡겼다. 주말 애를 보고 올 때면 엄마랑 떨어지지 않으려는 애 때문에 눈물을 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애를 키우기 위해 사표를 쓰려고 마음먹은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부모님이 말렸다. "너무 아까운 직장이다. 애는 우리가 키워줄 테니 계속 다녀라."

아기를 낳지 않는 신혼부부 비율이 높아졌다. 일과 출산.양육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통계청의 신혼부부 통계(2016년 10월 기준)를 보면 5년 이내의 초혼 신혼부부 115만쌍 가운데 41만쌍은 자녀가 없다. 해마다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중도 10명 중 4명이 넘는다. 외벌이 부부의 무자녀 비중보다 1명이 더 많다.

평균 출생아 수도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적다. 맞벌이 가구는 작년 10월 기준으로 545만가구다. 이 가운데 20% 정도인 102만가구는 39세 미만이다. 출산과 육아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연령대다. 만혼 추세를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20, 30대 기혼 직장여성의 절반은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고 있다

아이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혼 직장인 여성 10명중 4명은 결혼 후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낳고 싶어도 키울 자신이 없어서 출산을 포기하는 건 국가가 해결해줘야 할 과제다.

출산율은 위기다. 지난해 출산율은 1.05명,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1.9%나 급감해 35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인구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의 반토막 수준이다.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효성 없는 국가 출산정책'도 뒤를 잇는다. 23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했더니 우리나라는 꼴찌다. 한창 일할 나이라고 하는 3040세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 최악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저출산해소를 위해 정부가 쏟아부은 100조원이 무색하게 아이울음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라는 신호다.

11일은 세계인구의 날이었다. 본지는 이날 '가족 복원, 새로운 가족주의'를 주제로 제2회 서울인구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해온 정책이 한계에 처해 있다"면서 "새로운 방향 중 하나로 가족을 중심으로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삶을 만들어줘야 한다. 가장 강력한 저출산대책은 가족이 함께해 행복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