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아파트 공시가격 섣불리 올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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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오르면 조세저항.. 부동산 경기도 고려해야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공시제도를 손질하라고 권고했다. 10일 내놓은 2차 권고안에서다. 관행혁신위는 지난 3월 1차 권고안에서 박근혜정부 시절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비판했다. 당시 국토부는 곧바로 "인위적인 수요 부양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는 지양하겠다"고 반성문을 썼다. 국토부는 2차 권고안 역시 어떤 식으로든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시가격에 기초해서 아파트와 땅 주인들에게 물리는 재산세는 물론 재건축부담금, 건강보험료 등이 덩달아 뛸 수 있다.

혁신위 2차 권고안을 두고 두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먼저 문재인정부가 출범(17년5월)한 지 1년2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국토부가 자문기구를 운영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이다. 혁신위는 오는 8월 3차 권고안을 내놓을 때까지 활동한다. 전 정부의 정책을 민간인의 눈으로 살펴보는 절차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회를 지나치게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젠 전문가 집단인 국토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을 집행할 때다.

권고안이 다른 부처, 다른 위원회와 조율이 덜 된 것도 문제다. 얼마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강화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이 중 종부세안은 수용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안은 보류했다. 둘 다 올리면 조세저항이 생기고 자칫 성장률을 갉아먹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면 공시가격 인상은 핀트가 한참 어긋났다. 종부세는 부자증세이지만 공시가격에 기초한 재산세는 중산.서민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재산세는 직접세라 늘 조세조항이 따른다. 어느 모로 보나 지금은 공시가격에 함부로 손을 댈 때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민간인으로 구성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같은 해 12월에 최종 권고안을 낸 뒤 넉달 만에 해산했다. 금융위는 권고안을 취사선택했다. 금융사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라는 권고는 거절했다. 시기상조라고 봤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재정특위 권고안 가운데 비현실적인 제안은 솎아냈다.

국토부도 권고안을 검토하되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이미 국토부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부동산 시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나아가 종부세까지 올리면 부동산 경기는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공시가격을 바꿔 재산세까지 올리는 게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이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최고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시세에 맞게 높이는 것은 당위다. 문제는 시기와 방법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