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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심사,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3 14:29

수정 2018.07.13 14:29

[현장클릭]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심사,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카이스트 김용대 교수, 고려대학교 김승주 교수, 성균관대학교 김형식 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수형 실장, 박세준 티오리 대표, 이승진 그레이해쉬 대표, 김혁준 나루시큐리티 대표, 김진국 플레인비트 대표...
수년째 보안분야를 출입한 후배 기자에게 명단을 보여줬다. '보안 어벤저스'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가 보안 관련 심사위원을 꾸려도 이 정도 멤버가 모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반응이다.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심사에서 정보보호 분야 심사를 맡은 전문가들이다. 이 전문가들이 모여서 거래소 보안 심사를 했는데, 심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협회의 자율규제심사가 기대에 못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해킹 사고를 당한 빗썸을 비롯해 심사에 참여한 12개 거래소가 모두 심사기준을 충족했다고 하고, 심사를 신청한 거래소 모두가 심사를 통과했으니 애시당초 심사기준이 기준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협회는 지적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첫 심사였음을 감안해 달라고 환다. 다음 심사 때는 잘하겠다 한다.

협회의 심정이 이해되는 것은 이 산업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봤기 때문일까. 어림잡아 수십개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시장에 난립하고 있다. 거래소 영업을 하기 위한 기준이나 자격조건 같은 룰이 없으니 하루가 멀다하고 새 거래소가 문을 연다.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거래소들이 얼마나 보안에 신경쓰고 있는 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놨는지 알 방도가 없다.

그나마 협회의 자율규제심사에 참여한 12개 거래소는 '보안 어벤저스'라 불리는 심사위원들과 만나 이용자들을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공개한 거래소다. 컨설팅 수준의 심사였다 하더라도, 거래소 담당자들이 보안 전문가를 만나 무엇이 필요하다는 애기를 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번 심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보보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대 교수도 "결국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며 "자율규제 심사를 거치면서 거래소와 보안전문가들 사이의 인식 차이를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차, 3차 심사에서는 더 기준을 높여서 심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했다.
그나마 소비자 보호를 위해, 또 블록체인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인정받기 위해 자기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규제 심사를 받겠다고 나선 거래소들이다. 시작한 것만이라도 잘했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아량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용자들도 그나마 이런 노력을 한 거래소들을 이용해줘야 다른 거래소들도 더 많이 보안이나 이용자 보호에 투자하지 않겠는가.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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