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무역전쟁, 난타전 돼서는 안된다

기자는 몸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6년 만에 다시 복싱 글러브를 끼기 시작했다. 시합 출전이 아닌 단순히 운동을 위한 것으로 짧은 시간 내 칼로리 소모량이 다른 운동에 비해 월등하면서 체력을 키워주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싫은 사람 생각하며 샌드백을 두드리기도 하고 선수들처럼 얼굴을 맞는 고통 없이 치기만 하면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을 보면 마치 복싱경기를 보는 것 같다. 지난 6일 미국의 본격적인 중국산 수입제품 관세 부과에 중국도 맞대응하면서 시합은 시작됐다.

막대한 대중국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때릴 것이라고 공약하던 대선 후보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가 아마추어 선수였다면 대통령 취임 후는 상대방을 연구해 스파링으로 훈련을 한 후 트레이너 같은 경제고문의 지시하에 시합에서 나서는 프로 선수 같다. 약점을 집요하게 그리고 속도를 늦추기도 하는 등 계산적으로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전쟁 전략에서 복싱경기 작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같은 트럼프 스타일은 그의 과거 경력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우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 부동산 개발업자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미국의 리얼리티 TV쇼 스타였다는 것으로 주로 알고 있지만 한 가지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그가 과거 프로복싱 경기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점이다.

국내 스포츠 케이블 채널에서 보여주는 복싱 명승부 재방송을 보면 관중석에 트럼프가 앉아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독특한 그의 머리 스타일 때문에 금방 눈에 띈다. 한때 천하의 주먹을 자랑하던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은 트럼프 소유 카지노에서 시합을 가지면서 그와 친분을 쌓아왔다. 타이슨은 최연소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되기 전까지 트럼프 소유 경기장에서 네차례 경기를 가져 모두 KO승을 거뒀다. 옥살이까지 했던 타이슨이 자신을 키워주면서 동시에 이익을 챙겨간 프로모터 돈 킹한테는 배신감을 느꼈는지 몰라도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과거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발표가 있을 때마다 맞보복 성명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도 간간이 보이고 있다.

다른 보도에 밀렸지만 지난 9일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국영매체들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신중하게 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감정을 자극했다가는 미국과 협상이 더 복잡해질 수 있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으로부터도 경계를 받고 있는 '중국제조2025'에 대해서도 언급을 자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실린 중국제조2025에 대한 언급은 지난 1년간 약 190건에서 최근 1개월 동안 2건 정도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무역관행을 비난하면서도 트위터 내용을 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는 비판을 삼가고 때로는 칭찬까지 하며 무역전쟁 결과와는 상관없이 두 사람은 항상 친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현재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이 초반에 2000억달러 관세 발표라는 카운터펀치까지 날리면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고 중국의 취약해진 금융시장을 볼 때 중간 점수 집계에서 현재 조금 앞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무역전쟁은 복싱처럼 서로에게 상처를 줄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결과는 무승부나 한쪽의 근소한 판정승 혹은 의외의 싱거운 기권승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로의 명예를 존중하며 양측이 합의하는 내용의 무승부가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을까.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