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산유국들에게 원유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비축유 사용 여부를 적극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이란 석유금수 조처를 준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까지 더해져 전략비축유 방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전략비축유가 유가 안정이 아니라 석유공급이 급격히 줄었을 경우를 대비한 비상 비축유라는 점에서 SPR 방출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결단 내릴수도
SPR방출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석유공급 원활화를 통해 미국내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석유소비국들의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통해 서방세계가 함께 SPR 방출에나서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IEA도 가능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지난달 한 저녁 모임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것도 대응방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SPR 카드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 급감 속에 미국의 대 이란 강경대응에 따른 이란 석유 공급마저 끊길 위험이 높아지면서 전략비축유 방출 논의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
석유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최대 원인을 제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대 이란 강경대응이 불러오고 있는 유가 상승을 크게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밀리는 가운데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면 공화당이 참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선거에서 휘발유 가격은 선거판세를 좌우하는 핵심 이슈가 돼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에너지 자문을 지낸 밥 맥낼리는 “미 대통령에게 오르는 주유소 기름값처럼 소름끼치는 일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IEA와 공조 속에 또는 미 단독으로도 실행될 수 있다. IEA 회원국들은 비상을 대비해 석유재고 90일분씩을 저장하기로 합의하고 있다.
미국이 그렇다고 SPR을 곧바로 방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대대적인 방출은 급격한 석유공급 감소로 유가가 지금보다 10% 이상 뛰는 가격 급등의 경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우디, 러시아 등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석유 공급 부족분을 메우지 못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전제조건도 붙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규모 시험방출 가능성도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소규모 방출을 통해 SPR 방출을 시험운용할 수도 있다. 방출 규모가 전세계 시장에 영향을 줄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장에 미국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SPR을 풀 준비가 돼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는데 의미가 있다.
■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국제공조도 약해
SPR 방출 실현 가능성도 아직은 미지수다. 우선 SPR 목적으로 볼 때 지금 방출에 나서는 것은 최후의 카드를 너무 손쉽게 던져버리는 경솔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유가가 또 오르면 그때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릭 페리 미 에너지 장관은 지난주 기자들을 만나 SPR은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상을 대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페리 장관은 “이는 비상시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시장 조작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SPR 방출에 반대했다. 트럼프 고위 보좌관 일부 역시 SPR 방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SPR은 최후의 카드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IEA를 통한 국제 공조는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지금까지 IEA를 통한 SPR 방출은 단 3차례로 가장 최근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중동지역 석유공급이 불안했을 때였다.
그러나 미국의 단독 방출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허리케인 하비 충격으로 석유생산이 차질을 빚자 SPR을 풀어 정유사들에 약 500만배럴을 긴급 공급한 바 있다. 트럼프의 돌출성향으로 볼 때 SPR은 언제든 동원가능한 카드일 수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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