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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대륙의 디지털 공습이 시작됐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6 17:03

수정 2018.07.16 17:03

[fn논단] 대륙의 디지털 공습이 시작됐다


구글이 국내 플랫폼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 구글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가정용 서비스 플랫폼 시장에 진출해 국내 기업들과 경쟁하며 시장을 키우고 동시에 빅데이터도 확보하자는 전략이다. 구글홈이 도입되면 쇼핑서비스도 제공된다. 뉴스앱도 새롭게 정비하고 언론사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구글 플랫폼은 자동차에도 탑재된다.
현대·기아차는 전차종에 구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이던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카카오와 협력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았다. 이미 우리나라 유튜브의 앱 사용시간은 네이버의 2배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구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토종 플랫폼들이 절대 강자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디지털 문명의 위안거리였는데 그것조차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존도 우리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총 구매금액이 90달러가 넘는 고객에게는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를 사용하는 LG폰에 아마존 쇼핑앱이 선탑재되면서 소비자와의 간극도 좁히고 있다.

중국 디지털 문명의 상징,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한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카카오페이에 이미 2300억원을 투자한 바 있고 텐센트는 배틀 그라운드로 빅히트를 기록한 블루홀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게임기업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대부분은 중국 자본으로 성장 중이다. 이제 중국의 자본 투자 여부는 벤처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 7대 기업이 된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가 우리나라 시장에 적극적인 공세를 퍼붓는 것은 그들이 확보한 소비자 데이터 분석 결과 디지털 신시장이 그만큼 무르익었다는 방증이다. 이미 그길을 걸었던 미국과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정답을 보고 맥을 짚는 셈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축적된 자본이다. 아마존의 시총은 950조원을 넘었고 7위 텐센트도 550조원을 넘었다. 이들 기업은 토지, 건물, 공장 등 자산확보에는 큰 관심이 없다. 당연히 디지털문명에 기반한 신사업 진출에 거의 모든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조금의 가능성만 있어도 최고의 인재와 거액의 자본이 투자될 만큼 자금력이 풍부하다. 시장 진출이 결정되면 협력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전선을 확대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구축은 매출도 매출이지만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대륙 디지털문명의 공습에 우리가 속수무책인 것은 문명의 시각 차이 탓이다. 우리는 아직도 경영주를 위한 시장이냐 노동자를 위한 시장이냐로 온통 이념전쟁 중이다. 그 사이 대륙에서는 새로운 문명이 등장했고 이에 따라 법, 제도, 비즈니스 모델, 자본투자 방식 등에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었다. 기회를 잡은 대륙의 기업들은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채 새로운 식민지 시대를 꿈꾸며 우리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는 온갖 규제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한 채 케케묵은 이념전쟁에만 에너지를 쏟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모든 데이터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지금은 위기의 시대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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