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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투자금 빨아들이기 시작한 '중동 산유국 채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6 17:23

수정 2018.07.16 17:23

올해 9월 사우디 등 5개국 JP모간 신흥지수 편입 전망
투자자 전달부터 선제 매수.. GCC 국가 자금조달 쉬워져
금리인상에 무역전쟁 유탄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증폭
신흥국 투자금 빨아들이기 시작한 '중동 산유국 채권'

신흥시장 투자자들이 중동 산유국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올 3·4분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협력기구(GCC) 회원국 국채가 JP모간체이스 신흥시장 채권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 가속과 지속적인 금리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 유탄을 맞아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신흥시장들은 그나마 남은 투자 자금 가운데 상당액을 또 다시 GCC에 빼앗기게 생겼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펀드매니저들에 따르면 JP모간은 최근 펀드매니저들에게 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GCC 회원국들의 지수 편입 장단점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GCC 6개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오만은 이미 지수에 편입돼 있다.

■사우디 등 국채 JP모간 신흥지수 포함될듯

JP모간은 올 3·4분기 편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조사라고 밝혀 무산될 수도 있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9월 안으로 이들 5개국이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될 것임을 예고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수준인 UAE를 비롯해 이들 5개국은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훨씬 더 부유해 이들이 지수에 편입되면 JP모간 신흥시장 지수 규모는 12% 정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랭클린템플턴의 두바이 주재 중동지역 채권 펀드매니저인 모히에딘 크로노폴은 "GCC 회원국들은 신흥시장 채권 발행에서 비중이 상당히 높다"면서 "그러나 GCC 시장은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탓에) 만성적인 저투자를 겪어왔고, 마치 고아 같았다"고 지적했다.

크로노폴에 따르면 GCC 채권 거래 물량은 신흥시장 채권의 약 15%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이들의 신규채권은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10%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현재 GCC 국채 총 물량은 1950억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JP모간이 지수편입을 검토하면서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이달들어 GCC 채권들을 선제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GCC 채권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GCC채권 선제 매수

덕분에 GCC 국가들은 채권 가격 상승 덕을 보고 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이 하락해 신규채권 발행 이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사우디의 2047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달들어 0.5%포인트 하락한 4.85%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킷에 따르면 덕분에 사우디의 자금조달 비용은 9% 절감됐다.

바레인도 채권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져 3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같은 기간 10%에서 9.1%로 1%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신흥시장 채권들이 자금 이탈로 수익률 상승세에 직면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경제구조를 개혁해 석유의존도를 줄이고, 그동안의 저유가에 따른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우디 등 중동산유국들에 호재가 되고 있다.

GCC 회원국들은 유가가 급락하던 2015년과 2016년 자금마련을 위해 국제 채권시장 문을 다시 두드렸다. 2016년 이들이 발행한 신규 국채 규모는 1140억달러로 2013~2015년 발행규모의 약 10배에 이르렀다.

■ "투자자 변덕 희생양 될수도" 우려

JP모간 지수 편입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2016년부터 선제적인 매수에 나섰다고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소극적 투자펀드들은 JP모간이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시작하자 지난달말부터 GCC 채권들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수 편입으로 이들의 매수가 확대되면 신흥시장 투자금 상당액이 GCC로 빨려 들어 갈 수밖에 없다.

신흥시장채권지수 펀드 규모가 120억달러인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경우 지난달 12일 현재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된 오만 국채 비중은 3.1%이었지만, 나머지 GCC 5개국 국채 보유는 제로였다. 블랙록은 6월말 이후 이들 국채를 얼마나 사들였는지 밝히지 않았다. 채권펀드 핌코의 신흥시장채권펀드 공동 매니저 야코브 아노폴린은 "(투자자들이) 앞다퉈 GCC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아노폴린은 그러나 GCC 국가들에 JP모간지수 편입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완충판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수에 편입되면 광범위한 투자자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투자자들의 변덕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급격한 가격 움직임으로 이어지게 된다. 올해 채권을 비롯해 신흥시장 자산이 이같은 군중심리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들어 신흥시장 채권지수펀드는 지난 12일까지 4.4% 하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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