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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개선 나선 석유사, 전기차 충전소 늘리는 전력사… 생존 건 싸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6 17:33

수정 2018.07.16 17:33

아람코, 전기차 보급 늦추려 美 디트로이트에 연구소 열고 내연기관 연비 높이기 시동
美전력업체들도 대응 나서.. 충전소 설립 허가 신청 내고 중장비 전기차화 사업 꺼내
연비 개선 나선 석유사, 전기차 충전소 늘리는 전력사… 생존 건 싸움

석유업체와 전력업체들이 각각 생존과 성장을 위해 내연기관 성능 개선, 전기차 충전시설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석유업체들은 이전에도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에탄올 업체들과 한 차례 전쟁을 벌인 적이 있지만 전력업체들은 에탄올 업체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덩치가 큰 데다 장기적으로 추세는 전기차로 기울고 있어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사우디아람코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휘발유,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엔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진을 고용했고, 전력업체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해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전기충전소 설치 허용을 촉구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지연 안간힘

아람코 등은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전기차에 시장을 내주고 나면 석유수요가 급감해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불안감으로 생소한 내연기관 개선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람코는 디트로이트 교외의 기술자 30명을 고용해 내연기관 연비를 높이기 위한 연구소 운용을 시작했다. 아람코의 디트로이트 연구소(DRC) 소장인 데이비드 클리어리는 연료시장을 지키기 위해 내연기관 연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연구개발 성과는 전기차 보급을 늦추기 위해 광범위하게 공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 한쪽에서는 새 장치 부착을 통해 대형 트럭의 경유엔진에 연비가 높은 휘발유를 연료로 쓰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쪽에서는 포드의 F-150 픽업트럭 엔진을 개조해 연비를 미국 환경청(EPA) 기준인 갤런(3.8L)당 34㎞보다 크게 높은 59㎞를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아람코는 또 볼보 트럭에 배출탄소 포획 장치를 설치해 배출가스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이산화탄소는 주유소에서 버리고, 연비는 10% 높이는 게 연구 목표다.

생소한 석유업체들의 내연기관 성능 개선작업은 전기차 시장의 잠식 속도를 어떻게든 늦춰보려는 몸부림에 가깝다. 석유시장 이코노미스트인 필 벌러거에 따르면 전체 석유의 25% 이상이 휘발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 자동차 연료로 주로 쓰이는 휘발유 시장이 전기차에 잠식당하기 시작하면 석유메이저들은 유휴 정유설비를 떠안고 있어야 하고, 석유재고도 쌓이게 돼 유가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벌러거는 아람코의 "석유업체들이 엔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시장 잠식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비 개선 나선 석유사, 전기차 충전소 늘리는 전력사… 생존 건 싸움


■전기차 전력수요 매년 3배씩 껑충

전력업체들도 물러서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선진국 시장에서 전기 수요는 수년간 고점을 찍고 더는 늘지 않고 있어 새로운 전력 수요 창출을 위한 전기차 보급 확대가 성장에 반드시 필요해졌다. 전기차는 이 욕구를 충족시켜줄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전미재생가능에너지연구소(NREL)의 새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30년간 전력수요증가율을 매년 2~3배 늘리는 효자 역할을 하게 된다.

미 전력업체들은 정책당국과 규제당국에 전력사들이 전기차 충전망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좀 더 높은 요금을 물려 전기차 충전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충전소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 성과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5월 셈프라에너지 산하의 샌디에이고 가스 앤드 일렉트릭이 1억3690만달러를 들여 캘리포니아 지역에 충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허가했다.

지난달에는 에디슨 인터내셔널 자회사인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이 7억6000만달러짜리 충전소 설립 계획을 신청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또 주로 캘리포니아 항만에서 쓰이는 트럭, 버스, 지게차, 기타 중장비를 전기차화하는 5억7800만달러짜리 사업도 승인했다. 전력업체들은 또 뉴욕, 뉴저지, 메릴랜드주 등에서도 5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콜로라도주에서는 그러나 연초 전력업체들의 전기차 충전소 설립을 허가하는 법안이 주유소 업주들의 반발로 폐기됐다.
다른 접근을 택하는 석유업체도 있다. 전기차 대세론에 편승해 충전시설로 눈을 돌리는 업체도 생겼다.
로열더치셸은 전기차 충전업체를 인수해 유럽 내 주유소에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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