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Big Change] "고려인, 남북한 경협·해외 비즈니스때 훌륭한 다리 역할 할것"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7 17:13

수정 2018.07.17 17:46

우즈벡 현지에서 만난 산업한류의 우군들
[Big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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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한영준 기자】 외국에서 '조국(祖國)'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의 기분은 어떨까.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만난 고려인 3세 세르게이 박 '한·우즈벡 친선협회' 사무총장은 '조국'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그는 "지도상에는 세 개의 한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휴전선 남쪽에 있는 한국(남한), 휴전선 북쪽에 있는 한국(북한), 그리고 중앙아시아에 있는 고려인"이라고 말했다.

중앙아시아는 한국 기업에 아직은 낯선 시장이다. 언어와 문화가 영미권 국가와 달라 어떤 방식으로 진출해야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업한류가 흐르는 중앙아시아에도 우리 기업들의 든든한 우군이 있다. 50만명이 넘는 고려인들이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고려인들은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생각하며 다양한 교류를 모색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글로벌 물류업체 '트랜스아시아'를 운영하고 있는 비체슬라브 킴 대표도 고려인이다. 그는 현지에서 대한항공과 협력을 한다. 나보이 국제공항에 오는 제품을 중앙아시아 각국으로 운송하는 게 트랜스아시아의 주요 업무다.

한국 기업과의 협업에 대해 킴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비즈니스에 민족은 없다"면서도 "비공식적인 곳에서는 한국 기업가들과 고려인 기업가들은 친숙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과 달리 고려인들은 재외동포라 F4 비자를 받아서 5년 동안 자유롭게 한국을 왕래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과 협업하기에 환경적으로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박 사무총장은 "고려인은 남북한 교류·협력에서 문화와 스포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다리 역할을 한다"며 "남북한이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는 일들을 우리가 할 수 있다. 고려인을 비롯해 해외동포를 이용하면 남북한 관계가 한층 단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고려인들과 함께 한국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현지인들도 한국 기업엔 좋은 파트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취업한 경험도 있어 한국의 기업문화에 친숙하고 영어나 한국어를 쓸 수 있어서 언어적인 장벽도 낮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많은 엘리트 공무원을 한국에 유학 보낸다. 루스탐 무미노프 우즈벡농업기술산업홀딩스 부회장도 우즈벡 공무원 신분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우즈벡 현지에서 두산기계공작 딜러사를 운영하다가 37세의 나이로 농업기술산업을 총괄하는 공기업 2인자에 올랐다.

무미노프 부회장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작은 나라이지만 빠르게 경제성장을 한 모습을 보며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라는 존경심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경험으로 많은 걸 배웠다"며 "우즈벡에 돌아와서도 두산과 코이카에서 장비와 직원 교육을 지원해줬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한국에 배울 것이 많다"고 전했다.
우즈벡농업기술산업홀딩스도 한국의 LS엠트론과 트랙터 생산에서 많은 부분을 협력하고 있다. 한국의 신북방경제에 대해 무미노프 부회장은 한국이 지닌 '지식·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가진 지식과 기술은 중국·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에서 공유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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